4화 - 우연으로 시작한 건 다시 우연으로 끝났다
준비된 것도, 계산된 것도 아니었지만 그 시간들이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은 크고 작은 챕터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퇴사 후 한동안은 집안일에 집중하며 아이와 못다 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나를 보며 웃을 때마다 ‘이게 행복이구나’ 싶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소소한 육아와 여행 기록을
블로그에 남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에게 주어진 우연한 기회들의 시작은.
첫 번째 기회는 N포털의 펜션 정보 카페였다.
직장에 다니며 퇴사를 고민하던 시절, 우연히 가입해 눈여겨보던 곳이었다.
많은 맞벌이 부부가 그렇듯 우리에게도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과 휴일뿐이었다.
쉬는 날이면 세 식구가 여행을 다녔다. 이 카페에서 여행 정보를 얻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오면 이용했던
숙소 리뷰나 일상 글들을 올렸었다. 퇴사 후엔 시간적 여유가 많다 보니 더 활발히 활동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눈에 띄는 회원이 되었고, 어느 날 운영진으로부터 스태프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나 역시도 좋은 마음으로 수락했다.
다양한 지역 여행 정보를 찾아 카페에 공유하기도 하고 제휴된 펜션 숙박권을 제공받으며 이용 후기를
남기기 시작하면서 블로그 체험단에도 욕심을 내게 되었다.
제품 체험 신청에 운 좋게 선정이 이어지고 내 글이 검색에 노출되기 되자 괜히 들뜨기도 했다.
그런 반응들에 몰랐던 새로운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한창 이웃이 늘고 방문자 수도 예상외로 오르던 시기였지만, 어느 순간 심한 블태기가 찾아왔다.
받은 제품만큼은 성실히 소개해야 한다는 부담에 사진과 영상을 찍어 놓고도, 편집하고 글 쓰는 것을
조금씩 미루고 미루다 보니 마감이 촉박해지는 날이 빈번해졌다.
즐거움보다 의무감이 앞섰고 무언의 약속들이 나를 점점 조여 왔다. 크고 작은 고충들이 쌓이다 보니
카페 스텝 활동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결국, 나는 그 현실의 고증을 끝내 버텨내지 못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때 블로그를 꾸준히 이어가지 못한 게 지금에 와서 아쉽다고 느끼는 걸 보면 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을 이끌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더 빠르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는 만큼 그 파급력도 훨씬 커진 시대가 되었다.
성공과 실패의 간극도 그만큼 더 뚜렷해졌다.
그 무렵, 첫째 아이는 네 살이었다. 머리카락이 또래보다 잘 자라지 않아 겨우 짧은 단발 정도였다.
아이가 돌 무렵, 시댁에서는 머리를 밀어야 머리숱이 많아진다며 볼 때마다 권하셨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걱정해 주시는 마음이겠거니 했지만 매번 같은 말을 듣다 보니
마음 한쪽이 자꾸 서운해졌다. 그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예쁘게 봐주면 안 될까 싶었다.
동네에서도 종종 ‘아들이냐’ ‘아들이 이목구비가 참 예쁘다’ 하는 말을 들었다.
기분이 나쁘다기보다 내가 아이 옷을 입히는 방식이 잘못된 걸까 스스로 의심이 들었다.
누가 봐도 핑크색 핀이 머리에 꽂아 있는데도 그런 오해를 받으니까 말이다.
한창 뛰어놀 시기였으니 일상에서는 편한 옷이 우선이었고 코디가 쉬운 실용적인 옷을 선호했던 것인데
다행히 아이도 투정 없이 잘 입어주었으니까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딸바보 엄마다 보니 좀 더 감성적이고 예쁜 옷에 시선이 간다.
카○○ 스토리라는 SNS가 한창 유행이었다. 맘 같아서는 다 사고 싶을 만큼 핫한 디자인 상품들이 넘쳐났다. 굳이 매장을 가지 않고도 둘러보는 재미가 있고 편리하게 모바일로 주문까지 할 수 있어서 20대부터 50대 엄마들의 이용률이 특히나 높았다. 나도 그 안에 껴있는 고객이기도 하다.
가끔 구매도 하면서 관심 있게 본 아동복 업체에서 어느 날 새 소식이 올라왔다.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아동복 체인 모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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