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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나무 May 16. 2023

해바라기의 전진

어느 날 아이가 가져온 여러 싹들

두부케이스에 씨를 심어 웠다는 싹

봉선화 둘, 강낭콩 하나, 해바라기 둘,

바쁜 엄마는 이걸 어쩌나 한숨 한 번 쉬고 물만 주었더랬지.

해바라기가 둘인지도 모르고.


그러다가 엄청 커버린 싹들

이젠 싹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에

해바라기는 강낭콩에 가려

잔뜩 웃자라고 이리저리 굽어 기어 다니는 것 같아

급히 분갈이를 해주었다.


사실 처음엔 무슨 작물인지도 관심을 안 두고

해바라기가 있는지도 몰랐으며

어떻게 키우는지는 더더욱 몰랐기에

죽지 않을 만큼만 방치한 셈이다.


그러다 급작스레 아파 집에서 쉬게 되

자연스레 화분로 쏠리는 관심


우람하게 잘 자라는 강낭콩 하나, 봉선화 하나,

키 작은 봉선화 하나,

그리고 아직도 기어 다니다가 고개를 빠꼼히 드는 듯한

해바라기 둘.



이렇게 키우는 게 맞는 걸까.

해바라기가 잘못 자라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신경 못 쓴 동안 고생한 해바라기

햇빛 보겠다고 구부정 꼬불꼬불 휙


이미 자란 모양은 되돌릴 수 없어서

나무젓가락을 덧대주어도 지탱이 힘지만

나름대로 옆으로 자라 고개를 휙 들어 올려

씩씩하게 자라는 해바라기 싹


아가 때 신경 못 써 줘서 미안해.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주면 극복할 수 있을까.

줄기 모양은 고치지 못하더라도

건강하게 꽃 피우는 해바라기가 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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