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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깎이 Apr 21. 2020

나의 배움, 너의 배움

우리 모두 끊임없이 배워야만 한다

다시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부터 다시금 실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내가 목표로 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익혀야 할지, 어떻게 내공을 차곡차곡 쌓아 나갈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래서 공부할 거리들을 찾아서 정리하고,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세워서 차례차례 다이어리에 적었다. 


운동을 하는 것, 외국어 실력을 더 높이는 것, 그리고 전문성을 키우는 것. 이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작은 실천 방안들을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자기 계발은 언제 할 수 있는 걸까. 누군가는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라고 할지 모른다. 그렇다 실은 시간은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쓸 수가 없다. 남고 남은 시간을 쓸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힘이 없다.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벌떡 일어나 부랴부랴 집에 와서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잠시나마 책을 읽어주고 재우고 나면 열 시 가까이되고, 그제야 집을 조금 치우고 빨래라도 개고 잠깐 쉬면 11시다. 여전히 시간은 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런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허리도 발목도 너무 아프고 쉬고만 싶다. 


그래도 해야 할 것들을 자꾸 상기하면서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렇게 정신없는 퇴근 이후 취침 전까지의 시간들을 돌아보다 문득 내가 아이들의 배움을 위해 한 건 무얼까 생각하게 됐다. 이제 6살이 되는 큰 아이의 한글 공부를 봐줄 틈은 전혀 없고, 3살짜리 둘째의 배변 훈련을 인내심 있게 도와줄 여력도 되지 않는다. 특히 유치원을 다니는 큰 아이의 방과 후가 걱정된다. 미술, 피아노, 수영과 같은 예체능부터 한글, 수학까지 많은 엄마들이 방과 후를 계획하는데 나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당장 이런저런 학원 셔틀을 태워 보낼 수도 있겠지만 어린 둘째까지 있는 상황에서 그 셔틀 태워 보내는 품까지 아이 할머니에게 신세를 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럽다. 더욱이 모든 학원과 방문 학습과 같은, 그 모든 정보를 수집할만한 여유가 없다. 또한 방과 후 학원이나 학습을 시키기 위해 등하원도우미를 구하는 것부터 해서 여러 학원을 등록하는 것까지의 금적적 여유 또한 없다. 내가 너무 아이를 방치하는 걸까?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던 4살 때까지만 해도, 사교육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천천히 하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내가 내 배움에 욕심을 내는 만큼 아이의 배움에도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글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데 이때 학습지를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다른 아이들은 종이 접기를 꽤 잘하던데 만들기 좋아하는 우리 아이도 미술 학원에 보내면 참 좋겠다', '어릴 때 수영은 꼭 배우면 좋겠다.' 이런 바람들이 점차 '영어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될지도 몰라.'와 같은 조급함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내가 내 배움에 이런저런 고민을 해나가듯, 이제는 내 아이의 배움에도 이런저런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온 것이다. 


아이들의 배움은 부모의 투자를 통해 이뤄진다. 돈과 시간, 그리고 정보는 그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맞벌이 부부는 돈은 차치하고 시간과 정보가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들 교육에 대한 소신과 원칙을 세우고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정보와 비교 속에 휘둘릴 틈이 없으므로, 맞벌이를 해서 쌓아나갈 수 있는 조금의 여유를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당장 내가 가진 시간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자기 전에 책을 가능한 열심히 읽어 주는 것, 아이의 일과에 대해 물어보고 관심을 주는 것, 주말에 열심히 놀아주는 것뿐이지만, 내가 없는 시간의 아이 교육을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하기로 한다. 교육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아이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사이에서 괜찮은 배움의 길들을 찾아낼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배움과 아이의 배움에 적절히 나의 에너지를 배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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