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것이 단숨에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람과 쌓아 온 추억, 나의 일부분을 이루었던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계기로 헤어짐을 선택했든지 간에 헤어짐은 늘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자아를 이루는 직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지금 깨닫게 되었다.
내가 첫 직장에 첫 사직서를 냈을 때는, 그때 나는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고 있을 때였다. 지금 이 직장 말고, 이 업무 말고 새로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을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잘한 행정적 처리를 하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대표에게 안녕을 고했을 때 그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오랫동안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었고, 첫 직장은 어쩐지 조금은 첫사랑처럼 미화되어 나의 청년 초반기의 자아를 채우고 있다.
그 이후로 선택하게 된 내 직업은 나의 청장년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간이고, 여전히 내 발목을 잡고 있는 시간이다. 어느 순간 내가 더 이상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이 직무에 열정이 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음에도 그 관계를 끊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새로운 공부를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지만 내 신경 한쪽은 계속 곤두서서 업계에서의 내 자리가 어쩌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나 역시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난 이제 탈출했다고, 새로운 일을 찾을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그 직업'에 대한 미련을 좀처럼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 나는 다시 면접장에 내 얼굴을 비췄다. 가는 길 내내, 헤어짐이 왜 끝나지 않는지 생각했다. 그냥 면접을 안 갈 수도 있었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신도 있었다.
아주 우연하게도 오늘 면접을 본 회사는 내가 첫사랑, 첫 직업을 버리고 처음 만난 상대다. 그때 그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고, 면접관도 역시 내가 당시 함께 일했던 상사 중에 한 명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들어간 그 건물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 이곳에서 나는 이 커리어를 시작했지, 이곳에 있을 때 나는 행복했었지. 그리고 그것이 다였다. 지금은 그때와 다른 위치였지만, 그래도 그때를 기억할 수 있어서 조금은 설레는 마음이 있던 것 같다.
그러나 추억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지금의 열정은 다른 것이었다. 나는 면접장에서 다시 한번 나의 마음과 마주칠 수 있었다. 마치 수미쌍관처럼, 나는 내게 이 업계로 발을 들일 수 있도록 해준 그 회사를 통해 마지막으로 이 업계와 서로 안녕을 나눈 느낌이 들었다.
이별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진심이었을수록 이별은 더 힘들다. 헤어졌을 때, 죽도록 밉고 죽도록 보고 싶은 그 과정을 나는 이 직업과의 이별 과정에서 겪고 있었나 보다. 조금씩 조금씩 감정이 희미해져 갈 때, 또는 새로운 사랑을 찾을 때 나는 다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직업을 바꾸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그렇지만 새로운 사랑은 또 싹트는 법이다. 후련하게 웃으며 면접장을 나온 오늘을 아마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