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쓰기 #1

식탁 앞

by Untitled

가장 편히 오래 앉아 있는 식탁의 한 모서리, 내 자리에 앉아 있다. 뒤로는 냉장고 소음이 약하게 진동하고 있고, 정면에는 베란다 창 너머로 하늘이 보인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흐려서 바깥이 그저 하얗게만 보인다. 이사 준비로 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수선하다. 아이들이 막 등교한 직후라 식탁도 너저분하다.


새벽 배송으로 아이들이 아침에 먹기 좋아하는 요거트와 베이컨을 주문했다. 식탁 위엔 모든 것이 다 두 개씩 놓여있다. 물컵, 밥그릇, 앞접시, 다 먹고 남은 요거트 용기, 숟가락과 포크. 큰 아이 앞접시에 바싹 구운 베이컨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오늘따라 밥도 안 먹고 요거트에 베이컨 한 점만 집어 먹었나 보다. 베이컨은 항상 내가 좋아하는 대로 타듯이 굽는데, 오늘은 너무 딱딱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작은 아이는 밥에 김과 베이컨을 열심히 먹고, 바나나까지 먹고 갔다. 식탁 한가운데에 다 먹고 남은 바나나가 던져져 있다.


내 노트북 왼쪽으로는 작은 아이의 아이패드가 세워져 있다. 작은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패드를 켜서 나보다 먼저 날씨를 확인한다. 오늘 등교시각 온도는 6도였다. 자꾸 비가 온다고 얘기해서 봤더니 서울의 다른 지역 날씨를 보고 있었다. 어쨌든 날이 흐리니 우산을 챙겨서 내보냈다. 오늘은 식탁 위에 물병이 없는 걸 보니 다 잘 챙겨갔구나.


내 노트북 오른쪽으로는 꿀과 땅콩버터, 누텔라가 놓여있다. 그리고 noël이라고 적힌 빨간색 줄무늬, 금색 손잡이의 머그가 있다. 그 안에는 아까 내린 내 커피가 차게 식어 있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