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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Oct 01. 2022

원래 그렇습니다, 이직이 원래 그래요

조급함은 조급함을 더할 뿐..

전에 오랜 기간 재직했던 모 그룹의 경력사원을 위한 짧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경력입사자들로부터 흔히 듣던 고민이라 공유해 봅니다.



Q.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OO 입사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는 그동안의 경험을 잘 살려 잘 해내야지 하는 기대와 자신감이 더 컸었죠. 좋은 회사로의 이직을 축하하거나 부러워하는 이들의 시선도 은근히 즐기면서요. 하지만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더딘 적응 속도, 자신감을 따라오지 못하는 업무 파악이나 이전 조직과는 다른 방식 등으로 위축되기도 하고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이전 회사에서도 인정받았고 경력사원으로 빨리 성과를 내보이고 싶은데 대체 왜 이리 더디고 맘 같지 않은 걸까요?


원래 그렇습니다


원래 그렇다' 말을 유의해야 한다지만 이직이 원래 그래요. 서울대 경영학과 강성춘 교수는 성과를 내는 직원의 원천을 3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개인 고유의 지식과 능력인 인적자본, 관계를 통해 타인의 지식을  업무에 활용하는 사회적 자본, 제도/시스템/프로세스/매뉴얼이나 문화 등의 업무 수행 방식을 지시하는 조직이 가진 조직자본입니다. 보통 개인은   가지 자본을 활용해 일을 하고 성과를 내는데요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적자본이 성과에 기여하는 비율은 30% 불과하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이 조직에서 성과를   개인 능력의 비중을 높게 인식하곤 합니다. 물론 소위 천재들이 모인 회사나 업무, 부서도 존재하고요. 하지만 대다수의 개인의 성과는 인적자본 자체보다는 속해 있는 조직의 사회적 자본과 조직자본의 지원을 받아 발휘됩니다. 그게 개인이 아닌 팀으로 일하고 프로세스와 시스템 속에서 일하는 이유이고요.


아무리 뛰어난 인적자본,  개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새로운 조직으로 발을 디디면 나를 둘러싸 지원하던 모든 사회적, 조직적 자본 0 됩니다. 내가 그동안 발휘해왔던 능력과 성과는 특정 조직에서 극대화되어 작동되던 결과물인 것이고 평균 30% 정도 인적자본이 성과에 기여한다 했으니 새로운 조직에 완전히 적응하기까지는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의 30% 정도로 본인을 봐야 하는 거지요.


  풀어보면 나라는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상사/동료들이 없고, 내가 어떻게 일하면 된다 당연시했던 제도, 프로세스, 하다 못해 복합기 작동법 하나까지도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모든 것이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지불시키고 모든  낯설고 어설펐던 신입사원 시절과 다름없는 수준이  듯한 위축감을 일으켜요. 사람을 모르고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조직 특유의 방법을 모른다면 여러분이 10 차이든 20 차이든 신입과 다름없다는  인식하는  필요해요. 더구나 대기업은 사회적, 조직적 자본을 통해 운영되는 곳이죠. 더더욱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요. 그래서 이직은 ‘원래' 어렵고 답답한 거예요.



그래도 빨리, 보란 듯이 날 증명하고 싶다고?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Michael D. Watkins교수는 신임 리더 부임  3개월은 조직가치가 오히려 감소하고 최소 6개월은 지나야 순수 조직 기여도가 0 넘긴다 했어요. 글로벌 리서치센터 이곤젠더 조사에서도 경력직 응답자의 60% 6개월, 20% 9개월 넘게  직장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도 나왔고요. 그런데 경력직들의 면담을 하다 보면  달도 되기 전에 답답해하는  많이 봅니다. 하지만 조급함은 어떤 시간도 단축시켜주지 않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때로는 새직장을 원망하고 비난하게만 만들 뿐이에요. 경력입사자가 어떻게 해야 빠르게,  적응할  있는가에 대한 정답 같은 말들이 많지만 어떤 스킬보다 중요한  빨리 보여주고 인정받겠다' 조급함의 완급조절 아닐까 해요. 내가 일하는 방식, 성격 등을 동료들이 알아가고, 반대로 내가 동료들의 그것을 알아가는 시간, 조직자본을 알고 이해하는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여러분의 능력이 조금씩 발휘될  있는 것인데  과정을 스킵하고 성과에 조급해하는  어쩌면 오만일 지도요. 실제로 글로벌 리서치펌인 제네시스 어드바이저의 조사에서도 경력직의 가장  실패 원인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조직규범과 관행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응답이 70% 달했어요.



그래도 좀 더 빨리 적응하고 성과를 내고 싶다면?


아무리 내 능력치를 객관화하고 완급조절이 중요하다는 말에 끄덕인 들 그래도 경력사원인데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고 싶을 거예요. 경력입사자 Tip이라는 것들은 이미 많이 있으니 여기에서는 많은 말보단 핵심에 집중하시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먼저 앞서 자기인식을 전제로 초반에는 많이 보고 듣는 데에 시간을   써보시기 추천드려요. 이때 우선해야 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자본',  동료와의 관계를  만들어가야 해요. 단순히 친절하게, 좋은  좋은 식으로 대하라는  아니에요. 무조건 ‘나는 모른다' 자세를 낮추는 것도 답은 아니에요. 경력직을 채용한다는   지식과 경험을 산다는 의미인데 최대한 빨리 적응해  몫을 하며 팀에 힘이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여러분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바쁘겠지만 얼른 적응할  있도록 당분간 도와달라는 동료로서의 자세면 충분해요.


질문은 일일이 묻기보다는 맡은 업무 수행에 관련된 핵심 인력(여기에서의 핵심인력이란 문제해결이나 의사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누구인지, 일하다 보면   조직 누구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지, 그들의 주요 특성은 무엇인지, 필요한 정보의 출처는 어디인지를 중심으로 파악해 나가 보세요.


 다른 질문은 건건의 파악보다 먼저 전체 그림을 묻고 지금 궁금한 점이 무엇인데 어디쯤에 속하는지 좌표를 찍어가며 파악해 가시는  추천드려요. 그래야 조직의 일하는 방식과 프로세스를   빨리 파악할  있어요.


다음으로는 ‘ 조직에서는  하지 말아야 하느냐' 먼저 파악하는 거예요. 해야 하는 것이야 한도 끝도 없지만  하지 않아야 하고 하지 않아도 되느냐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알아야  것도 훨씬 적으니까요. 더구나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No’ 것을 했을 , 그리고 이게 반복될  “ 저래?”라는 낙인이 찍히기 쉽고요.


마지막으로 이전의 지식과 경험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의견을 내거나 질문하는 것을 경계하세요. 이전 회사에 다니는 동안 불만이 많았어도 새직장에 오면 과거 조직과 비교하며 비난하는 것을 흔히   있어요. 이직을 한다는 것은 이전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어쨌든 그보다 옮기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결정하게 되는데 사람 마음이란  간사해서 금세 잊고 과거 조직 향수를 앓곤 하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이건 과거의 조직이  좋아서라기 보다 그때의  익숙함이 그리울 가능성이 높아요. 이것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적응하실  있어요. 잊지 마세요. 여러분의 인적자본은 30% 불과하다는 것을요. 이전 지식과 경험은 이전 조직에서의 사회적 자본과 조직자본에 최적화된 레거시일  있다는 것을요.



OO는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이고, 각 계열사도 수십 년에 이르는 업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만큼 오랜 시간 단단히 다져져 온 사회적, 조직적 자본을 통해 지탱되고 그 안에서 우수한 인적 자본들이 더 크게 성장하고 성과를 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거대 조직이에요. 팀워크와 시너지를 통해 개인의 능력보다는 더 큰 파이를 만들어가야 하는 조직이란 의미이기도 하지요. 이 전제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 여기에서부터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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