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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Dec 30. 2022

꼰대라서 하는 얘긴데..


https://www.youtube.com/watch?fbclid=IwAR33N_SAAJjF0GMq9gWrsx02viKodptzsTpcPIan0t0DB8r6V9yJNXQvYiE&v=KyEcHCKrwHc&feature=youtu.be

대체 언제부터 이런 얘길 할 때면 “내가 꼰대인 지 모르겠는데”, “나더러 꼰대라고 할 거 같은데..”란 말을 붙여야만 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이런 얘길 했는데..


난 기본적으로 10년 차까진 주에 100시간은 일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성장하기 어렵다 생각하고, 무엇보다 그 10년 후 단순 연봉을 떠나 직업인으로서의 성장과 인정이 확연히 달라진다 생각하며 그간 보아온 뭔가를 이뤘다 할 수 있을 만한 이들이 그랬다.


압도적으로 인풋을 많이 넣어야 하는 시기가 있고 그냥 많이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많이 넣었을 때 양이 퀄을 낳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해력이든 지식이든 탁월한 이들이 아닌 보통의 사람이 성장을 하고 성공을 하고 싶다면 더더욱. 


그런데 여기에서 많이의 의미를 야근을 많이 한다는 걸로 받아들이고 일과 삶의 균형이니 하며 고루한 것처럼 말하는 건 이전까지의 우리 기업문화가 위계적이고 고압적인 쓸데없는 야근이 많았어서 그런 것일 뿐. 또한 실력과 리더십의 성장 없이 회사에 그냥 오래 붙어있고 회사만 쓸데없이 좋아라 하는 윗사람들이 문제인 거. 


핵심은 야근이 아닌 곳곳에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지를 고민하는 시간과 태도를 말하는 거다. 이걸 싸잡아 성실과 열심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거엔 매우 비판적. 


저 사람 이래라저래라 말만 하지 열심히 하지도 않는데 저 자리에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고 노력보다 운이나 다른 이유로 그 자리에 있는지는 몰라도 대부분은 그 잘에 가기까진 분명 남들보다 큰 노력이 있더라. 하다못해 저 사람은 학벌 좋아 저렇지.. 그 학벌 가지기까지의 노력은 월등하더라.


나 이만큼 잘하고 열심인데 왜 인정을 안 하고 왜 이만큼 안 주냐 할 때, 왜 회사가 재택을 안 하냐 다시 출근하라면 때려치울 거다 할 때, 왜 받는 만큼 일하겠다는데 더 요구하냐 할 때, 난 조용한 퇴사할 건데 할 때.. (회사가 어이없이 염치없는 경우는 열외로 하자) 반대로 내가 사장이면 이들을 얼마나 인정하고 보상할 것인가, 어떤 메시지를 주겠나, 어떤 마음이 들겠나 한다면?

월급을 받는 입장과 주는 입장 모두를 경험해 본 바로는 그 기준이 완전히 다르더라. 그래서 턱없이 기우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접점을 찾아야 하는 거. 


며칠 전 스타트업의 슬랙에 대한 페친님 글에 격공 했는데 연장선상에서 나는 그래서 스타트업의 재택근무에 부정적이다. 현재 우리 회사는 상근이 디폴트. 다만 사정이 있으면 재택을 하는 것에 수용적이고 나도 집중해야 하는 날엔 집이나 집무실 같은 곳에 처박혀 정리도 한다. 그러나 기본은 상근이다. 하지만 프로세스와 구조, 리더십이 구축된 팀은 알아서 하라 하고 실제 신경 안 쓴다. 


그전엔 수시로 일어나는 스몰토크며 불쑥 들어오는 질문이며 토론을 아무리 슬랙이 있다 한 들 더 원활하긴 어렵다. 스타트업은 그냥 주구장창 붙어 부대껴도 될까 말까 한 곳 아닌가. 그 시간의 효용이 출퇴근 에너지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다 생각한다. 


내가 꼰대여서 이런 지 모르겠지만, 이런 말 하면 꼰대라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진 그렇다.



단, 이걸 또 자기합리화할 입장들을 고려해 유현준 대표 말 중 가장 인상 깊은 말 추가. 

"회사가 후질 때 자기가 받는 만큼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요. 내가 회사를 리스펙 하지 않으면(모인 사람들, 리더들이 후지면) 워라밸을 원하죠. 퇴근 후 내껄 하고 싶으니까. 하지만 내가 리스펙하는 사무실에 가면 내가 받는 것과 상관없이 내 일에 의미가 생기고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우리 직원이 우리 사무실에 와서 워라밸을 추구한다? 그러면 내가 후져서라고 생각해요. 내가 훌륭하면 얘가 이렇게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훌륭하면 직원이 워라밸을 얘기할 수가 없어요. 일단 그런 사람은 우리 회사에 오지도 않아. 왜냐면 그런 회사엔 글로벌리 훌륭한 인재들이 줄 섰기 때문에.. 그 지원자들이 기본적으로 워라밸 추구자가 아니에요"



※ 추가영상: 

왜 부장님은 재택근무를 싫어할까 https://youtu.be/An7h8hTHXqo
워라밸에 대하여 https://youtu.be/g08_m9mz6Ow


※ 격공했던 페친님 슬랙 이야기 

스타트업을 다녀보니 이제는 알겠더라.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과 혁신은 누구나 기꺼이(타인의 강요가 아닌) 커뮤니케이션할 준비가 되어 있다'에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또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본인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일을 시작하는 자율성 역시 스타트업의 특징이겠다 싶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힘들지만 밤늦게 일하는 건 쉬운 내게 정말 특화된 환경이었다. 

업무 내내,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회사 선배한테 오는 카카오톡 메시지에 진절머리를 쳤던 나는 그렇게 바뀌었다. 야심한 밤이라도,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라도, 모두가 친인척을 만나러 떠난 명절 연휴라도 항상 일어나자마자 확인하는 건 회사 슬랙이었다. 심지어 오늘은 누가 어떤 새로운 인사이트풀한 글을 올렸을지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거기서 동료들과 소통하는 재미와 알아가는 재미 모두를 느꼈다. 

그래서 나는 슬랙을 밤에 쓰지 말라는 둥 퇴근하고 쓰지 말라는 둥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스타트업에 오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슬랙은 언제나, 어디에서든지 업무적으로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곳이다. 그래서 (급하지 않은 건은) 본인이 시간 될 때 와서 편하게 읽으면 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런 커뮤니케이션 덕분에 스타트업은 그 어떤 회사보다 괄목할 만한 성장과 성과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그런데 본인이 맡은 일은 제대로 해내지도 못하면서 타인더러는 밤에 일하는 티 낸다고 핀잔주는 사람이 과연 함께 성장할 만한 동료인지 나는 진심으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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