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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Jan 14. 2023

악역의 탄생과 그들을 좌절시키는 방법

조직에는 악역이 필요하다?


악역이란 거창한 게 아니다, 지금 필요한 말을 꺼내느냐에 대한 것. 일이 되게 하기 위해, 나아지게 하기 위해 혹은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당장의 감정적 불편함을 감수하고 할 말을 하는 거다. 때문에 악역이란 특정인이 수행하는 게 아니라 전 임직원이 각자 일하는 과정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내가 이 역할 한다고 떠벌리거나 궁시렁댈 이유 없고 그에게 뭐라 할 건 더 없다. 애초에 굳이 ‘악역’이라고까지 할 필요가 없는 거. 그럼에도 왜 우린 ‘악역’이란 거창한 표현을 쓰는가.


이걸 못하면 굳이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상황을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에너지가 낭비된다. 결국 못 참고 나서는 이가 총대를 메기 마련. ”누군가는 악역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란 말을 흔히 하면서도 내가 그 역할은 하고 싶어하지 않기에 조직엔 늘 특정인이 악역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악역이 아닌 불편하고 까칠한 인간이 되어 버린다.


욕먹고 싶고 미움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주로 싫은 소리를 담당하는 이도 마찬가지고. 그럼에도 그 역할이 필요해서, 한편으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답답해하는 본인의 성격이 맞물려 강화되는 누군가가 있는 게 대부분. 조직에선 해야 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이 되게 하는 데엔 개개인의 역할이 모여야 한다. 내가 해야 하는 걸 안 하면 결국 다른 누군가가 그 걸 떠안게 된다. 그 순환 속에서 필요하긴 분명하지만 껄끄러운 존재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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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이 역할하는 셋을 만났다. 그중 가장 조직에서 핵심인재이자 이 역할을 하는 데에 극강의 멘탈을 보이던 이의 퇴사소식을 들었다. 여전히 그의 존재감이 조직에 굳건하기에 갑작스러운 소식이 놀라웠다.허무한 듯 짜증 하나 섞이지 않은 허탈함을 그에게서 느꼈다.


보통은 악역이어서 성장하고 인정을 받는다. 그 경험들이 쌓이며 더 강화되기 마련이고. 이들은 에너지가 좋고 조직과 일에 헌신할 확률이 높다. 이런 이들을 기운 빠지게 하는 건 어느 순간 오해가 얹어지고 뒤통수 맞는 듯한 상황에 놓이다 소모된다는 현타를 맞을 때다. 적어도 내가 보아온 악역들이 그랬다. 이들이 헌신을 내려놓고 떠나는 결정적 사유는 배신감을 느끼는 때다. 그게 맞다 맞장구를 쳐주다가도 막상 원성이 들리거나 하면 이들에게 책임을 씌우고 언제 그랬냐는 듯 빠져버리는 이들을 볼 때다. 이는 조직이나 리더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의욕을 꺾는다.


* 조직 내 악역을 자처하며 대의나 명분이 어쩌고, 할말을 할 뿐이라며 지 성질 못이기고 갈등 일으키고 다니는 부류와는 다르니 이글이 개복치님들 합리화를 위한 위안이 되진 않기 바란다. 여기의 악역은 해야 하고 누구나 문제인 걸 알지만 수습하는 이 없었을 때 그걸 해결하려는 이이다. 이걸 구분하는 방법은 그의 언행의 표면상이 아닌 진짜 주어와 목적어가 나인지 일인지를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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