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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May 29. 2023

채용의 다른 관점

채용을 하면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성공적인 채용보다는 무난하게 그저 그런대로 괜찮은 채용이 대부분이고 채용실패라 불릴 만한 경우도 종종 생긴다.

공들여 사람을 보거나 저 사람은 보장한다며 자신함에도 말이다. 그런데 때로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감'이 작동할 때가 있다. 재밌는 건 (늘 성공하진 못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이런 모호하기 짝이 없는 느낌으로 뽑은 분들이 기대 이상을 해내곤 한다.


#1.

전 직장 시절 링크드인 메시지로 우연히 본 내 글이 의미 있다 연락한 분이 있었다. 보통의 채용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수 없이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그중 한 명이었을 뿐.

지금 회사에 와 해외 마케터를 채용하게 되면서 언젠가 프로필 업데이트에서 그 국가에 갔다던 그분이 떠올랐다. 2년 여가 흘렀고 기억조차 가물거렸는데 왜 그날 그가 떠올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딱히 엄청난 스펙을 가지지도 이력서에 적을 게 별로 없는 신입급, 그런데도 어쩐지 '그 친구 잘할 거 같은데..'란 느낌 하나였을 뿐. 기억 안 나는 그의 이름을 밤 새 떠올리려 애쓰며 링크드인의 친구 목록을 싹 훑어 찾아내 이러이러한 포지션이 있으니 인터뷰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다.

흔쾌히 나를 기억하고 인터뷰에 임한 그는 신입임에도 지금까지 본 인터뷰 중 가장 인상 깊은 준비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입사한 지 몇 달, 해외마케터로 홀로 타지에 있으면서도 우리 회사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가장 일을 잘하는 몇 명에 속하고 있다.


#2.

A라는 포지션에 신입급으로 지원한 분이 있었다. 다른 경력이 몇 년 있었지만 A직무를 위한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포지션 전환 지원을 했던 것. 이력서를 보니 기존의 경력이 다양성은 있는데 경력직으로 경쟁력을 갖기엔 이것저것 짤막. 보통은 이런 경력이면 이력서에서 탈락시키기 쉽다. 그럼에도 이분 이력서는 한참 보았던 것 같다. 그 다양한 경험을 연결하여 B라는 새로운 포지션으로 확장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없던 직무라 정확히 어떤 역할인지를 정의해 가며 그렇게 내부 멤버들에게 설명하고 인터뷰를 봐보면 어떤가를 설득해 결론적으로 그분도 입사했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안 뽑았으면 어쩌지 싶을 만큼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


#3.

역시나 C라는 포지션에 지원한 분이 있었다. 이 분도 경력이 몇 년 되었고 이것저것 한 상태. 최근 2년 간의 경력을 살려 C라는 포지션에 지원했었다. C에는 탈락이었는데 전공부터 어학, 초기 탭핑한 듯한 인턴 등의 경험을 볼 때 이 사람 다른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경력이 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역시나 어떤 합리적 추론 없이) 이 사람 C를 정말 원하는 게 아닌 거 같은데.. 란 느낌도.

D라는 포지션이 있는데 혹시 의사가 있느냐 하고 만나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예상이 맞더라. 제안한 D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본인의 불리한 경력들로 그나마 살릴 만한 게 C였기에 지원했다고. 이 분은 해당 직무로는 생신입임에도 저 간절함이 커버할 거란 느낌으로 채용했다. 그렇게 늦깎이 신입처럼 들어와 생전 처음 접하는 그 일을 입사 한 달 만에 이전 담당자 누구보다 많이 공부하고 파악하며 프로모션 마케터로 열렬히 달리고 있다.



아무리 채용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질문을 구조화 한 들 채용 실패는 늘상 일어난다. 때로는 전문성이나 일반적으로 말하는 기준이 아닌 감이 적중할 때도 있다. 흔하디 흔한 이력서상의 텍스트들 속에서도 희한하게 느낌이라는 게 올 때도 있다. 뭐 하나 뾰족한 게 없음에도, 달변에 드러나는 패기가 아니어도 가능성이 느껴질 때도 있다. 차곡차곡 진득하게 경력을 쌓아온 사람을 특히나 선호하는 나이기에 이런 채용은 스스로도 매우 조심스럽고 보통은 하지도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같이 일해야겠단 어이없는 확신은 왜 드는 걸까. 설명하기 어려운 이런 채용은 해서는 안 되는 건가?


중요한 건 "내가 사람 좀 볼 줄 알아"라든가, "저 사람은 이런 사람"으로 단정하는 오만을 경계하는 것. 그리고 리더나 인사에서는 사람의 가능성과 그의 경험을 엮어 스토리로 볼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지..


채용이 어려운 게 아니라 나 자신과 세상의 잣대를 잠시 거두는 것, 사람을 이해하며 진정한 관심을 갖는 성의가 가장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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