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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Jun 12. 2023

MBTI 유감

(그러나 자주 쓰긴 함)

MBTI를 처음 접한 게 98년이고 2000년대 중초반에 한창 기업교육 시장을 휩쓸어 나도 한 때 꽤나 열심히 공부하고 활용했었다. 그러나 진작에 온갖 비판과 식상함이 지나간 후  직업상담사나 상담사들에게 주로 기본 자격 중 하나가 되고 일부 교육담당자나 코치들에게 쓰이던 정도. 그래서 어느 날 연애 MBTI니 하며 갑자기 유행하게 된 것이 의아했다. 공부를 하고 자격과정을 진행하며 되려 MBTI의 유행이 우려스럽고 다소 비판적이 된 건 선무당들의 오용과 남용 때문이었다.


한창 유행할 때도 기업교육 현장에서나 널리 쓰였지 일상에서 회자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런데 스타트업씬에 와보니 자기 유형을 소개하고 첫 만남에서 묻는가 하면 어떤 회사는 특정 유형은 안 뽑는다거나 인터넷상의 16 personalities를 검사해 결과 화면 캡쳐본을 필수 제출하라는 곳도 있었다. 유형을 묻고 대답하면 단정해 버리고 다 안다는 듯 말하는 이들을 종종 만나며 그 거부감이 더했는데 이런 이들치고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없었다. 시중에 떠도는 내용들을 본 정도, MBTI 전문 진단받아봤다 정도?

아무래도 예전 재직하던 회사보다 훨씬 어리고 젊은 이들과 부대낄 수밖에 없고 요즘 세대의 유행이기도 하다 보니 더 많이 접할 수밖에 없기도.


MBTI 자격과정은 한 번에 몰아 들어도 6개월은 걸리고(이건 사실상 들어야 하는 과정 수와 일정 때문에 어려움) 현업을 하면서 하다 보면 1년~15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나도 보수까진 금방 갔지만 중급 이후부턴 흥미도 떨어지고 우선순위에 밀리며 꽤 오래 텀이 있었다. 교육과정은 깊이 있고 다 아는 것 같다가도 더 배울 게 이케 많았다니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교육 듣고 과제 성실히 내면 시간 싸움일 뿐 최소 수강자격만 충족하면 누구나 딸 수는 있다.

다만 수강생의 고민과 깊이에 따라 이 진단을 활용하고 이해하는 수준이 확연히 달라지고 그만큼 신중해지며 그에 따라 이 진단을 설명하고 해석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도 달라진다. (물론 나는 여기에 속하진 못한다)

유형을 묻고 쉽게 분류하고 단정하는 이들을 보면 어릴 적 혈액형 판단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단 생각을 한다. A는 소심하고 B는 이상하며 O는 외향이고 AB면 이기적인 것처럼.

그럼에도 쉽게 상대나 나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엔 효과적인 툴이고 젊은 친구들일 수록 대화에 효과적이어서 나도 대화할 땐 자주 언급하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ESTJ와 ENTJ를 왔다 갔다 하는 전형적 TJ형인 나는 내내 T, J라서 그래란 말을 듣고 살았다. 그런데 코스가 심화될수록 한 성향을 5개의 하위 다면척도로 나누고 해석 시 하위 척도 중 중간범위 및 선호 외 점수를 중요하게 본다. 이들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검사대상의 개인 히스토리를 함께 봐야 한다. 또한 각 항목의 일관성이나 정도도 중요히 보고. 무엇보다 판단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나와 타인을 존중한다는 진단 윤리를 강조한다.


어떤 성향이나 성격 검사도 특정 유형에 사람을 가두려는 목적인 건 없다. 이를 활용하는 사람의 목적과 해석의 차이가 있으며 이를 받아들이는 상대의 차이가 있을 뿐. 진단툴 자체의 신뢰도도 상대적으로 뭐가 더 맞더라는 있을지 모르지만 애초에 인간에 대한 심리적 진단이 뭐 얼마나 대단한 정확도와 세밀도를 보여줄 수 있겠나. (갑자기 오래전 여성리더십 진단이라며 내게 실시하더니 여성리더십 점수가 낮다며 대단히 문제인 냥 말하던 팀장이 떠오르는군.. 여성리더십이란 것도 한 때의 트렌드였고, 여성은 대체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당시의 진단 문항들은 여성이면 따뜻해야 하고, 포용적이어야 하고 등의 감성적 문항 투성이었다)


따라서 가볍게 대화와 타인의 이해를 위해 접근하고 활용하는 식으로는 사용하되 가장 좋은 건 틀에 가두지 않고 자신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한다. 나를 다방면으로 깊이 있게 쪼개어 내면 근간의 욕구, 열등감, 둘러싼 상황을 인식하고 다양한 타인과 상황에서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표출되고 인식되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DISC니 TA니 MBTI니 전문 과정을 듣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이게 깊으면 타인과 상황에 대한 이해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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