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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Jul 04. 2023

하기 싫어 vs. 납득이 안 돼

힘들거나 하기 싫은 일도 그냥 하는 게 프로라는 말이 있다. 김연아 선수의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이후 더 그렇다. 이건 생각 없이 "까라면 까!" 하라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하기 싫은 일을 감정과 분리해 실행과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


그러나 납득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하기 싫어 내가 왜 해야 하냐, 내 R&R이 되는 걸 동의하지 않는다가 아니다. 가치관, 원칙, 상황, 규범 등 해당 일의 의도나 본질이 이해하기 어렵고 불합리하다 생각되어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


업무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이 둘의 경계를 명료히 할 필요가 있다. 그게 안 되면 후자의 일을 요구하면서 No를 들을 때 상대에게 프로의식이 어떻고, 에티튜드가 어쩌니 하며 비난하기 쉽다. 받는 입장에선 전자의 일임에도 후자인 양 비난하거나 후자임에도 전자이지만 어줍잖은 책임감으로 억지로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R&R이 불명확한 작거나 체계가 없는 조직에선 전자와 후자의 일이 명확히 구분되기 어렵다.

출처: https://youtu.be/Q0-MOh1nx44


그래서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나 vs. 내가 이 일을 하면 생산적이거나 효율적이냐"의 질문을 잘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작은 조직은 비어 있는 포지션이 수두룩해 어떤 업무를 할 인력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질문의 전자냐 후자냐와 무관하게 '누구든 일단 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그럼 생산성이니 효율성이니를 떠나 못해도 그냥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게 일단 하되 해당 일의 중요도가 높고 지속적으로 인풋이 들어가야 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누군가를 영입하거나, 조직 내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하거나, 아니면 좀 미뤄두거나 하는 요구를 하고 리더도 이를 잘 고려해줘야 한다. 아니면 정작 해야 하는 일에 집중도만 떨어지고 이것저것 얕고 넓게 손만 대다 일의 결과도 별로, 사람은 사람대로 생산성 저하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초에 납득과 동의가 어려운 일은 시킨 사람이 아닌 실행하는 이가 뒤집어쓰며 소모되기 쉽다.


스타트업에서, 작은 조직에서 니일 내일이 어딨어란 말이 흔하지만 이때가 사람을 충원하거나 재배치해야 하는 때다. 한편으로는 책임감과 일에 대한 자존심으로 버티길 중단하고 손절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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