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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Jul 02. 2023

어쩌면 조직은 변화에 진심이지 않을 수도..

조직을 세팅해 나가는 단계에서 변화의 성격은 크게 변혁적이냐 점진적으로 당면한 일을 할 것이냐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라면 기존과 확 다른 모습과 속도로 치고 나갈 필요가 있다. 이 때 속도가 중요한데 속도를 잡으려면 꽤나 강한 추진력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전자든 후자든 변화를 위해 동일하게 초반에 필요한 단계는 있다.


1. 현재 일이 돌아가는 구조는 어떠한가
2. 현재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3. 현재의 가장 큰 병목은 무엇인가
4. 병목을 뚫는 관건은 사람인가 구조인가
5. 프로세스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6. 필요한 구조는 무엇인가
7. 회의체는 어떤 걸 세팅해 어떤 아젠다로 운영해야 하는가


육성이니 코칭이니, 조직문화니 하는 것들은 한참 후순위다. 앞에 것들이 안 되어 있는데 이것부터 강조하는 건, 체계 없고 시스템 미흡한 조직에선 인사놀이, 문화놀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1~3을 파악한 후 4로 넘어가며 변혁을 원한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보통은 사람이 관건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육성을 못해서일 수도 있고, 애초에 좋은 인재를 못 뽑았을 수도, 매니지먼트와 운영력이 낮아서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다 차치하고 하나만 보면 된다. 이 사람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느냐 없느냐.


안 가르쳐줘 못하느냐, 애초에 변할 의지가 없느냐. '절대'란 없지만 냉정히 현실인식을 해야 하는데 매우 어렵거나, 매우매우 어렵다. 그래서 변화나 혁신의 가장 기본 전제 중 하나는 최소한 알려주고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하나씩 얹어가면 변할 의지는 있느냐, 의지가 있어도 그런 것들을 이해할 최소한의 노력과 학습력이 있느냐다. 정, 안쓰러움, 미안함, 불편함은 제쳐두고 냉정하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만약 이 질문에 멈칫했다면 사람을 바꾸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어 버리니 교체가 불가피하다.


많은 사람들이 잘 채용하는 만큼 잘 내보내는 게 중요하다고들 하나 저 단계에서는 공격적일 만큼 신속하고 과감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걸출한 이를 영입한 들, 커다란 물동이 속 잉크 한 방울 정도에 불과해진다. 그래서 이 상황에서는 많이 덜고 많이 넣어야 새로 넣는 이들이 희석되지 않는다. 무능하거나 변화를 원치 않는 이들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해 일반적으로는 영입한 이들이 들고남을 반복하며 조직엔 누가 와도 저러다 말겠지, 별 거 없더라는 학습된 무기력만 남게 된다.


변화를 만들어갈 최소 수준의 인적 인프라를 모으는 게 1단계라면 그 다음부터는 지속적으로 인아웃을 통해 점진적으로 수준을 높여가면 된다. 좋은 펑션별 리더가 확보되면 훨씬 쉽겠으나 그들을 수준 낮은 조직에 영입하는 자체가 어렵기에, 어찌어찌 모신다 해도 같이 일할 멤버들이 받쳐주질 못해 나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멤버들부터 세팅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이쯤부터 2단계, 프로세스와 체계 잡아가기를 시작한다. 이때 필요한 게 데이터. 이 데이터란 재무적, 마케팅, 영업 및 제품 지표들을 파악하는 거. 대부분의 조직에서 회계팀은 루틴하고 다소 폐쇄적으로 그들의 일에 집중하지만 세팅 단계의 조직에서는 재무가 인사와 같이 붙을 때 상당한 효용이 생긴다. 회계가 재무로 진화되어야 할 타이밍. 인사도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조직 변화와 운영 관점에서 움직여야 하고. 이때 '인사가 하고 싶어 죽겠는 인사'는 자칫 팀을 늘리고 뭘 자꾸 만들어내는데 정작 현업에서는 인사놀이한다 성화만 돋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성과관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결합하면 인사-재무의 시너지가 상당히 강력해진다. 마케팅, 제품, 영업 현업의 수준이 아직은 촘촘한 파악과 관리가 어려운 상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때 재무쪽에서 실제 비용과 예산 계획을 잘 세워 파악만 해줘도 많은 걸 볼 수 있고, 각 현업에 어떤 피드백을 주고 무엇을 채워야 할 지를 파악하는 데에 용이해진다.


매트릭스 조직이니, 스크럼이니 사업부제니 다양한 조직의 형태들이 언급되지만 매 성장단계에서 필요한 일, 현 리소스에서 가능한 인력으로 이리저리 변경해 가도 괜찮다. 오히려 프로세스를 잡아가고 그 다음 시스템으로 가게끔 커뮤니케이션 코스트를 최소화 하며 진행하기엔 많은 헤드는 되려 병목이 된다.


일단 최소한의 수준에서나마 같이 갈 해볼 만한 사람들로 세팅되는 데에까지도 보통은 2년은 걸린다. 50명 이하인 조직일 지라도 1년 이상 걸린다. 왜냐하면 빼고 채우는 의도적 교체가 아니라 당장 손이 필요해 충원을 하는 방식으로 채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 조직이 기존과 다른 컬러가 생긴다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저 제도나 규정들을 빠르게 만들어 하자하자 하는 건 쉽다. 저 단계들을 밟아가며 유기적으로 만들어가는 게 어렵지. 그 과정에서 잘 안 되거나 상황상 어려움이 생기면 조직은 과거로 회귀하는 게 가장 쉽고, 당장 눈에 안 보이는 성과나 변화 초기의 혼란으로 인한 갈등이 커 보여 문제처럼 느껴지므로.


이 갈등이 불거지면 비로서 회사가 정말 변화를 원하는 건가 아닌가를 구분할 수 있다. 어지간하면 어떤 리더든 좋은 회사, 성장, 성공을 원하기 때문에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저 혼란의 시기에서 리더십의 위기가 오면 참 모습이 드러난다. 변화와 성장의 결과물을 원하지 그 과정의 어려움 감내와 쏟아야 하는 인풋은 간과하는 경우 진짜 성장을 원한다 보기 어렵다.


그래서 성장과 변화는 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노력이고 성의이고 애정이며 관심이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문화가 중요하고 인재가 중요하고.. 성장과 인사가 너무 중요하다 외치지만 늘 인사는 어렵고 엉망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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