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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Jul 30. 2023

‘척’은 하고 싶은 거 말고 잘하는 것에서!

인사쟁이로 맨땅에 헤딩하는 조직을 살짝 경험하며 지켜본 스타트업 HR 자문과 컨설팅 시장에 대한 문제의식 중 하나. 코치가 제도를 자문하는 것이고 제도쟁이가 육성이나 리더십 코칭을 하는 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문제가 더 있겠지만 각설하고.


예를 들어 OKR을 못지 않게 공부했고 파일럿으로 설계운영도 했지만 실제로 내가 평가자로, 피평가자로, 평가제도 설계자로 가장 잘 아는 건 BSC와 KPI이므로 OKR에 대해선 어떤 강의도, 정보성 글도 쓰지 않는다. 관심 있고 배워서 아는 걸로 어설피 얘기하는 건 무책임하다 생각해서다. 이런 게 하고 싶으면 기존 제도에 문제의식을 갖고 어떻게 개선할까란 관점에서 내 조직에 하나씩 협의해 가며 적용해 보면 된다. 이런 게 있으니 우리도 이런 거 해야 한다가 아니라.


물론 조직의 구조라는 게 뭐 하나로 해결되지 않고 제도-리더십-구조-문화가 고루 엮여 있기에 어느 특정 분야에 속한다 해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긴 어렵다.


그럼에도 주로 육성과 코칭에 치우친 분들, 대기업에서 오래 있으며 그곳 프로세스에 맞춰진 분들, 화려한 스펙은 있지만 날것의 현업은 떠난지 오래인 분들의 초기 스타트업 컨설팅과 자문은 이제 갓 기기 시작한 아기를 뛰고 날게 하는 모습만 이야기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이 아이가 커서 언젠가 볼트 같은 세계 최고 육상 선수가 되고 이신바예바 같은 높이뛰기 선수가 될 지언정 아기인 그들에게 필요한 건 뛰고 나는 게 아니다. 또한 이들에게 팔꿈치 보호대를 대고 좋은 장난감을 사고 비싼 과외선생을 붙이는 것도 아니다. 보통 전자는 코치들이, 후자는 제도쟁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당장 엎드릴 수 있게 하는 것, 엎드려 길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전거에 보조바퀴를 달아 주는 것, 아기용 바퀴달린 탈 것에 안아 올려 앉혀주는 것, 뒤에서 조금씩 밀어주고 아이의 무게중심이 쏠리지 않도록 가슴과 등을 잡아 주는 것, 때로는 이렇게 하는 거라며 직접 시연해 주는 것....


이처럼 당장의 문제들에 집중하며 세세히 그걸 해결해 나가게 해주는 것이 초기 기업엔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높이뛰기 선수도 아기 때는 팔꿈치로 기고, 걷기 시작하며 달리기도 하다 도움닫기를 배우는 식으로 단계별 성장에 맞는 배우기가 있기 마련이다. 이걸 스킵해 버리면 머리로는 알겠고 좋은 말씀 잘 들었는데 막상 내가 하려면 막막해진다. 그러고 또 좋은 말씀을 찾아다니는 무한 도돌이가 시작된다. 묻는 이는 온전히 내것으로 소화해 적용하기 어렵고 말하는 사람은 직접 해보지 않은 부분에는 포괄적으로 방향만 말해서다.


가끔 요청이 들어와도 내가 거절하는 분야가 확실히 있는데 코칭인 경우다. 할 때가 있는데 어디까지나 실제 문제를 가지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액션과 조직 구조 측면에서만 다룬다. 구조와 역할로 일종의 물리적 틀을 만들어 그 안에서 돌아가게 하는 데에 신경을 쓰고. 면담에 대한 문제가 있더라도 면담자와 피면담자 간의 현상에 주로 집중한다. 내 관심과 강점이 현안과 해결에 있기 때문이고 나는 코치들의 전문 영역엔 꽝이기 때문이다.


하나를 깊게 파다 보면 매몰되기도 하고 주변으로 확장되기도 하지만 각자가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을 그게 가장 필요한 상황에 쓰는 게 베스트가 아닌가 한다. 어떤 상황이든 내 영역 하나로 다 퉁치는 거 말고. 이걸 주의하지 않으면 좋은 얘기는 하지만 현업에선 별 쓸모 없는 게 되고 이런 경험은 HR 자문이나 컨설팅 효용 없더라는 무용론만 확산되는 거. 더 큰 문제는 거기서 끝나면 되는데 경험 없고 배움에 목마른 담당자들을 들뜨게 만들기 쉽다는 점. 인사담당자가 배우고 들어 해보고 싶은 걸 무리하게 적용하다 현업의 원성만 들끓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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