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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Nov 14. 2023

뭘 해줘, 있는 거 깎아 먹지나 말지


최근 모 에이전시가 일하는 수준을 보며 “저런 ‘게’ 저만큼 받아 간다고?“ 어이없어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오는 현타는 내가 너무 적게 받나 싶은 거.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 몸값을 좀 조정하고 열심히 하는 나만 순진한 건가 싶어서.


조직에서 평가와 보상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사람들이 ”저 사람이 왜?“라는 의문이 드는 순간 동기와 신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인정과 보상보다 내 만족과 성장감, 타고난 태도로 일하는 사람들을 흑화 시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가 인정할 수 없는 사람이 인정받고 유명해지며 잘 벌 때. 회사를 애정하고 내 일에 정성을 담아 최선을 다할 땐 더더욱. 더 나아가 그런 이들을 인정하는 조직과 리더가 우스워지는 거다. 


더구나 요즘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연봉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연봉 공유하며 카르텔 마냥 내가 왜 쟤만큼 못 받냐 대놓고 요구하고.


그래서 더더욱 평가원칙과 기준, 보상과 인정이 투명해야 하고 납득 가능해야 하는 거.


성과관리며 목표달성이 어떻고 누구와 헤어지고 등의 이유로 평가보상제도를 우리도 만들어야 할 거 같다 한다. 대부분이 의뢰할 때 이 말을 하고. 하지만 평가보상의 가장 바닥에는 ‘동기’가 깔려 있다. 그런데 보통은 동기를 ‘부여’ 할 수 있는 것으로 전제해 접근한다. 그러나 과연 인간의 동기라는 걸 타인이 부여 가능한 것인가?


반면에 동기부여는 못할지는 몰라도 있는 동기를 깎아 먹기는 무척 쉽다. 하다 못해 내 바라기 우리 집 강아지도 100%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데 각기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성인의 동기를 애초에 제도와 타인이 ‘부여’할 수 있을 리 없다. 누군가 동기를 부여해 변화했다 한다면 원래 가지고 있는 자질이 잘 발휘될 수 있게 해 줬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동기를 부여하는 대단한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대단한 사람이 나라고 자의식 과잉에 빠지지 말 걸 권한다.  


그래서 난 극단적이긴 해도 동기는 타고나는 것으로 분류한다. 


DNA에 애초에 있느냐 없느냐.


채용 시엔 있는 사람을 뽑는다가 전제. 최소한 타고난 동기를 꺾진 말자를 제도 설계와 운영의 원칙으로 삼는다. 스타트업에 와서 변한 것 중 하나다.


모두가 미숙하고 배워가며 만들어 가는 상황, 성숙하고 세련된 리더나 동료가 드문 상황에선 육성이니 코칭이니 해야 하는 사람조차 이해하고 실행하기 버겁다. 본인도 그런 걸 받아보지 않았는데 못한다 욕먹고 해야 한단 압력을 받는다. 사람을 움직이고 변화시킨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육성과 코칭이란 미명 하에 리더나 주변 동료의 에너지만 소진된다. 안타깝게도 스타트업엔 그럴 시간도 체력도 부족하다. 그렇다면 무리수는 다소 두더라도 단순하게 분류해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평가보상은 그런 측면에서 적어도 있는 동기를 갉아먹진 않아야 한다는 걸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 최선은 있는 동기를 유지시키는 거고 최소는 깎지 않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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