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여기저기서 언급되는데 나까지 얹어 가는 것 같지만 인사쟁이 입장에서 콱 박힌 부분은 꼭 남기고 싶어 쓰는 글.
져도 잃을 게 없다 생각했던 프로그램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있다. 선경 어쩌구야 본인이 욕 먹게 했으니 자초했다 치고.
일식 명장인 안유성님, 한식대가 이영숙님, 그리고 이모카세님과 급식대가님이다.
대한민국 일식 명장을 모셔다가 생선 손질 시키고, 그 외 세분도 팀플이 진행되며 재료손질에 재능낭비하다 가셨다. 심지어 안유성 명장은 방출되고 초라한 팀플 결과로 보는 내내 이건 좀 무례하다 싶을 정도.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개인 플레이가 아무리 뛰어난들 스타 플레이어 한 명이 팀을 이끈단 보장이 없고, 팀원으로서도 탁월하진 못할 수 있다고. 일리 있는 말인데 이미 많이들 언급했으니 각설하고.
난 좀 다른 얘길 하고 싶은데, 상기 상황과 별개로 ① 조직이 인재를 품어 제대로 쓸 깜냥을 갖추고 있느냐, ② 조직이 처한 상황과 경쟁이 탁월한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는 게 무조건 좋은 거냐, ③ 탁월한 사람만 모아 놓으면 정말 조직은 성공하느냐.
①과 ②는 하나로 묶어 볼 수 있다. 대표는 좋은 인재를 보면 일단 수집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스타트업 대표는 더 간절할 거고. 혹한기 이후에야 좀 덜한다지만 한창 투자 활황기 때엔 천정부지로 솟는 몸값을 가뿐히 무시하며 영입에 기를 썼다. 물론 이들 중엔 그냥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 평가 받으며 기여를 하지만 쓸쓸히 퇴장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상처든 통증이든 바르면 낫는다던 호랑이연고 마냥 영입하면 문제가 해결되고 신사업이 잘 될 것 같지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미래를 위해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현실을 냉정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써서 그의 능력을 극대화 해 쓸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목표가 있으며, 상황이 되고 이 모든 걸 정확히 파악하고 진두지휘할 리더들이 있는가.
③에서 탁월한 인재 혼자 못하니 탈월한 사람만 모으겠다 한다. 동료가 최고의 복지란 말도 있고. 너무나 동의하긴 하는데 이 또한 앞의 조건들이 있을 때 진도를 뺄 수 있다. 아니면 저분들처럼 재능낭비 같은 연봉 대비 낮은 가치에 투입되거나 소모되기 쉽다.
어떤 이가 어떤 일을 되게 잘한다 해서 그의 명성과 실력, 처우에 걸맞는 일을 시키거나 하는 건 아니란 거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건 첫 라운드 이후 본인들의 요리를 제대로 선보일 기회 없이 일부 재료 손질만 하다 프로그램을 하차했다는 거다. 조직의 깜냥이 현저히 떨어지면 ~의 상황이 되어 버린다. 조직은 생선손질에 무려 명장을 영입하고, 한식 대가를 영입한다. 그러곤 요리가 아닌 언저리 일을 시킨다. 일전에 쓴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짜리」일과 「~어치」일이 있다.
1억 짜리 사람을 뽑았다면 조직은 1억 짜리 일을 시켜야 하고 개인은 1억 짜리 일을 할 수 있게 방법을 찾고 아니라면 조직을 떠날 수도 있어야 한다. 정 상황이 곤란하다면 차선은 1억원 어치 일을 일당백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이 역시 조직이 어치 일이라도 제대로 해내게 환경을 조성해주는가와 개인이 그걸 인식하고 역할을 찾고 있는가가 전제되었을 때 가능하고. 그리고 하나 더, 1억원 어치 한다 해도 그 일들이 2~3천만원 짜리 일로 가득하다면 그 역시 문제다. 그럴 바엔 그 수준의 사람을 서너명 뽑는게 속도면에서 훨씬 낫다.
조직은 스트레치골과 지나친 낙관적 의지치를 혼동하며 인재를 수집하고 있는 건 아닌지 경계가 필요하고, 개인도 용기가 필요한 일.인물을 담을 그릇이 못되는 조직과 경영자는 인재가 굴러들어와도 제대로 못쓸 가능성이 높다.
남 밑에서 지시 받을 군번은 진작에 지난 에드워드리가 마지막 팀플에서 팀장이 되었던 장면. 그는 경연 내내 묵묵히 일하고 조용했지만 이날 만큼은 불쇼를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는 이 장면이 제대로 역할을 주고 능력을 발휘하게끔 해주는 좋은 스태핑의 예였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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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글
1. 인재수집에 대한 경계: https://brunch.co.kr/@say2lee/19
2. 짜리일과 어치 일: https://brunch.co.kr/@say2lee/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