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CEO들이 경력직을 채용한 후 '별 거 없다'고 불만일 때를 흔히 본다. 스펙 좋고 어디서 일 좀 하더라는, 또는 유명세 있다는 경력직을 데려왔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거나, 연봉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다. 이런 경우가 실제 흔하고 스타트업에서 인재라는 사람들의 거품이 많이 끼어 있는 것도 부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CEO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구성원도 CEO를 비슷하게 평가한다는 점이다. 그들도 자기가 합류한 스타트업의 CEO와 조직을 같은 눈으로 관찰하며 평가한다. 그렇기에 '실망'이라는 상황은 단순히 채용의 실패가 아닌, 양쪽이 가진 기대와 현실의 불일치에서 기인함을 먼저 짚어 봐야 하기도.
스타트업의 CEO들은 경력직 채용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경력직 채용은 조직의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메우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기대가 큰 경력직일수록 그들의 경험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경력직이 합류한 이후의 현실은 다를 때가 많다. CEO는 경력직이 곧바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지만, 스타트업의 구조와 문화는 경력직이 이전에 경험한 환경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빠르고 불확실한 환경에서 경력직이 가진 전문성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는 CEO의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비효율적인 운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경력직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유롭고 도전적인 환경, 그리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한다. 그러나 합류 후 마주하는 현실은 종종 기대와 다르다. 스타트업 CEO들이 가진 비전은 크지만,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지원 체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CEO가 탁월한 사업적 감각과 추진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경험 부족에서 오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팀 관리나 자원 배분, 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같은 영역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인해 실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조직의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 경력직이 스타트업에 가져온 경험과 전문성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거나, 오히려 소모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는 CEO가 인재를 채용하면서 그들의 역할과 기대를 명확히 설정하지 못하거나, 스타트업의 자원과 시스템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력직들이 쌓아온 경험은 분명히 가치가 있지만, 그것이 스타트업에서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기존의 체계와 자원이 있는 환경에서는 역할을 수행해 온 경력직일 수록 스타트업에서는 그 체계 자체를 만들어가야 하는 걸 어려워하기 쉽다. 내 손으로 처음부터 만들고 싶다는 의욕으로 합류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온통 체계 없는 상황을 비판하고 혼란스러워하다 나가 떨어지곤 한다. 그럼 스타트업에서만 잔뼈 굵은 사람은 다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들은 대개 좋은 리더십을 경험하거나 체계적인 일을 경험한 적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기존에도 대단히 체계적이거나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무질서한 상황을 훨씬 익숙하게 받아들이긴 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다르진 않다.
어느쪽이든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경력직은 주도적이고 많은 권한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메리트를 누리고자 하는 욕구가 클 수 있다. 때문에 경력직을 영입하고 싶은 회사의 욕구와 초기 스타트업에서 이전보다 높은 직급이나 권한을 가지고 싶은 구직자의 니즈가 만나 채용이 성사된다.
그러나 그들이 본래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해도 새롭게 확장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는 경험의 수준보다는 CEO와의 궁합이 중요하며, CEO의 사업적 능력뿐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능력과의 조합에서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CEO와 경력직 모두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경력직은 자신의 경험을 적용하려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고, 경력직도 확장된 역할에 대해 의욕과 자신감만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결국 '뽑아 봤는데 별 거 없다'는 CEO의 합리화와 시니컬함만 강해지고, 스타트업은 이래서 안 돼란 구직자의 인식만 확고해지는 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CEO와 경력직 모두 현실적인 기대치를 가져야 한다. CEO는 경력직이 자신의 경험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 그런데 이 당연한 말이 스타트업에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가 하면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 달리 시스템, 체계, 인수인계, 육성 기능이 거의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이걸 끌어갈 리더십이 조직 내에 존재할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스타트업의 경력직은 좀 더 조기전력화 되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 보다 얼마나 빨리 적응해 자기 할 일을 하느냐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거.
또한, CEO는 자신이 사업가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이 두 역할에 필요한 능력과 경험이 다름을 이해해야 한다. 경력직의 역할과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여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지 구체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반면, 경력직은 스타트업의 불확실성과 자원의 한계를 이해하고, 자신이 이전에 하던 방식이 그대로 통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인재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리더십의 문제이며, 서로 간의 명확한 소통과 기대 설정이 필요하다.
결국, 경력직 채용의 성공 여부는 CEO와 인재 모두의 역할에 달려 있다.
CEO는 인재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경력직은 스타트업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경력직이 일을 잘한다 해도 그의 처우에 맞는 수준으로 일하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1억 짜리 인재가 일을 잘한다 해도 5천만 원짜리 연봉의 인재만큼만 일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진정으로 잘하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CEO도 스스로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CEO가 창업가로서의 뛰어난 기질을 가졌다고 해서 경영자로서도 탁월할 거란 보장은 없다. 경영자로서의 능력은 팀 관리, 자원 배분, 장기적 전략 수립 등의 영역에서 드러나며, 이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것은 조직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실제 감각은 탁월해도 경영자로서의 역량은 바닥인 회사가 널리고 널렸다.
스타트업에서 경력직 채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유명세나 경력만을 보고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조직의 필요에 맞는지, 그리고 조직이 그들을 제대로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경영자로서의 관리까지는 못가더라도, 최소한 경영자로서 회사의 리소스 중 핵심인 시간과 비용을 허투루 쓰지 말자 했을 때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게 안 되면 이전 글처럼 생선 손질에 조리 명장 채용하는 게 되는 거고.
CEO는 조리 명장이 어떻고 하겠지만, 조리 명장은 조직을 떠나며 CEO를 어떻게 평가할까?
결국 사람을 잘못 본 것도 CEO, 수준보다 훨씬 많은 처우를 준 것도 CEO, 무리한 걸 요구해도 결국 들어준 것도 CEO,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도 제대로 쓰지 못한 것도 CEO 아니겠나.
아주 식상한 말이지만 진리인 게 있다.
남을 손가락질 하면 나머지 네 손가락은 날 가리킨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