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받을 용기보다 중요한 것
장안의 화제인 흑백요리사, 여기저기에서 리더십과 팀워크 등에 대해 글이 넘쳐나고 나도 숟가락 얹는 중.
회자되는 장면들이 비슷비슷한데 그중 지난 팀전에서 최현석 셰프가 재료를 확보하고 모자란 재료를 상대팀에 가서 얻어오는 장면에 대해 미움 받을 용기, 책임감에 대한 칭찬이 많은 것 같다. 팀의 승리를 위해 창피함을 무릅썼다며.
리더의 기꺼이 미움 받을 용기는 중요하고 당연하면서도 막상 현실에서 발견하기란 그리 쉽진 않다. 평소 아무리 호인 같고 뭘로 포장하든 결정적 순간에 회피하는 리더가 훨씬 많기에.
우린 미움 받을 용기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흔한 얘기니 좀 다른 얘기를 해보고 싶다.
미움을 기꺼이 받겠다 전에 "정말 쪽팔리는 일인가?"를 제대로 아는가.
얼마 전 한 경영진과의 코칭 중 "대표의 성향을 잘 아니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서 평소엔 되도록 그냥 다 맞춘다. 그런데 가끔 모멸감을 느끼고 속이 터진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지 쪽팔린다"란 말이 있었다.
나 역시 납득 안 되는 일이면 최선을 다해 이야기 하는 편이고 그로 인해 미움도, 질책도 많이 받던 편. 회피형, 어이없는 지시형의 리더를 참기 어렵고 자괴감 느끼곤 했다.
최근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분이 계셨는데 리더의 일방적 지시나 수긍하기 어려운 일을 그냥 하는 것에 거부감이 이는 건 당연한 지도.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좀 다르다. 그 때 오고 간 이야기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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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본인이 해야 했던 일들은 실제 해야 하는 일이긴 했나요?"
"네"
"그 일이 성과를 내고 회사에 중요한 일들이긴 했나요?"
"네"
"그럼 해야 할 일을 한다라는 걸로 합리화 하세요. 합리화라는 게 늘 부정적인 건 아닙니다. 정말 쪽 팔리는 건 상사와의 관계와 감정이 아니라 가치 없는 일을 하는 거지,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내 명분은 일에 두시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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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 셰프가 창피하지만 팀을 위해 했다가 아니라 팀을 위한 일이 창피한 건가에 대한 질문이 먼저가 아닐까? 창피할 일이 아닌 걸 '창피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했다며 자기 위안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미움 받을 용기란 말을 후자에 무게를 두어 빗대는 이야기를 많이 본다. 감정이란 건 무시할 수 없다지만 미움 받을 용기를 날 보호하고 치켜 세우는 데에 남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냥 필요한 일을 당연히 한 것, 내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는 것을 '희생'이란 걸 넣어 과도하게 비장함을 더하는 건 아닌지.
일도, 관계도 담백한 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