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흑백요리사 방출전
흑백요리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승패를 떠나 참가자 중 누구도 잃는 게 없어 뵌다는 점이었다. 패한다 해도 모멸감 느낄 필요 없고 무시당하지 않으며 홍보효과도 톡톡히 얻어 간다 생각해서. 팀플 이후 몇명은 질려서 떠나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빌런도 한 명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방영분 중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별다를 바 없이 참 무례하다 느낀 미션이 팀원 방출. 그러나 내 일에 연결해 보며 이입된 것도 사실이다.
대체 당신이 말하는 조직최적화가 뭐냐 질문 받을 때가 있다.
흔한 말로는 구조조정이라 하는 이들이 많고 어제 아스방에선 칼질이란 표현을 쓰던데 전혀 다르다.
어쩔 수 없이 당면한 생사의 가름길 앞에서 긴박히 해야 하는 구조조정, 이슈직원 해고. 그러나 조직최적화는 오히려 여유 있을 때, 특정 시기가 아니라 상시로 해야 하는 일이다.
방출미션에서 방출된 3인은 어느 누구도 그 실력을 인정받지 않은 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각 팀의 목표와 그 실행 방법에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판단해 방출이 결정되었다.
실력이 있고 쓰임새가 있으며 그간 잘해 왔다 해도 현 시점에서 그 몫이 전같지 않다면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조직 입장에서도 개인 입장에서도.
불행히도 스타트업은 피봇이란 이름 하에 아이템이 통째로 바뀌기도 하고 전략과 목표도 수시로 변경되곤 한다. 단순히 회사의 성장에 개인의 성장이 따르지 못한다가 아니라 회사가 성장 아닌 퇴보나 정체라 해도 '변경'이라는 이슈가 생기면 기존 인력 그대로 가는 걸 전제로 했을 땐 딱히 상황이 바뀌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사람을 걷어내고 그의 일만으로 본다면 더더욱.
아마도 하나를 기깔나게 해내는 사람은 다른 부분에서도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열심히 잘 하고 있는데, 여기에 간과하는 게 있는지 잘 봐야 한다. 분명 뭔가를 충분히 해내고는 있지만 그가 <원래 채용되고 하기로 했던 분야의 전문가로 받고 있는 보상이 바뀐 포지션에서도 핏되고 있는가>다.
예를 들어 A 분야에 필요해 1억에 채용했다 치자. 그런데 A는 줄어 들고 B라는 걸 담당하게 되었는데 잘 하긴 한다. 하지만 B에서 1억 짜리 사람을 채용했다면 그 퍼포먼스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가 몫을 해내긴 한다지만 1억 짜리인가 일 좀 하는 5천만원 짜리의 아웃풋인가를 봐야 한다는 거. 단순히 사람을 많이 뽑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거야 그렇다 치지만 보통은 이걸 놓친다.
변경을 한다는 건 말 그대로 기존과 다르게 가야 한다는 뜻이다. '다름'이 핵심이다. 그럼 기존의 사람과 일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변경과 변화가 가능할 것인지 냉정히 고려해볼 일이다. 물론 무조건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아니고. 전환 가능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되도록 같이 더 해보는 거고.
안유성 명장은 탁월한 분이지만 최현석 셰프팀의 전략과 제품엔 잘 맞는 분은 아니었다. 실제 로테이션이 대단히 빨랐던 제품을 선택했고 "김은 나도 구울 거 같은데?"란 다른 팀원의 의견과 달리 실제 김은 이 팀의 킥이나 다름 없었다. 만약 일식이나 생선요리가 메인이었다면 분명 방출자는 다른 사람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 자체의 실력보다 지금 현재 당면한 문제 해결에 최적화 되는 게 변수 많고 호흡 짧은 스타트업에서는 아주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을 지도. 앞에서 언급했듯 그래서 오히려 여유가 있을 때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직최적화가 필요하면 해야 한다. 그래야 그의 열정과 역량이 떨어지기 전에 제대로 발휘할 다른 곳에서 의욕적으로 새로 시작할 수 있고, 그래야 회사가 최대한 매너를 지키고 배려할 거 하면서 잘 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