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업무를 하며 수많은 실수를 해왔고, 개중엔 실수라기엔 그냥 잘못이라 해야 하는 큰 건도 여럿 있었다. 경험이 쌓이며 심각한 내용은 확연히 줄었지만 지금도 자잘한 실수는 어디선가 터진다.
제도쪽에서도 해보지 않은 걸 하다 실패다 원복 시킨 경험이 있다.
불과 2년도 안 되었고 전직장에서 했던 일.
주 35시간, 일 7시간 근무였던 회사. 몇 달 일하며 병원이나 은행 업무 등을 위해 1시간 내 비우기 위해 반차를 쓸 때가 종종 있더라. 소정근로시간 자체가 짧고 일당백들 하는데 반차를 내거나 애매하다며 연차를 쓰는 게 낭비라 생각했다. 그래서 시범적으로 도입한 게 30분 단위 연차. 반응은 좋았고 유용하게 잘 쓰는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몇 달 후 본래 의도와 달리 악용됨을 인정하고 철회하게 되었다. (욕 많이 먹었습니다 ㅠ)
늘상 있는 일이긴 하지만 소수의 몇 명이 제도를 흐린 경우. 아침에 지각하는 걸 당일 돌발 연차로 채우는 사람들이다. 내 입장에서는 예상 못한 바는 아니나 재택이나 자율근무, 유연근무제를 시행할 생각 없던 상황에서 본인 연차로 출근시간을 조정하는 건 해볼만하다 판단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동일하게 칼퇴근 한다는 것과 30분 돌발 연차가 상습이란 점.
이들의 공통점은 본 제도 도입 전에도 꼭 5분, 10분씩 지각하던 사람들이라는 거다. 상습 지각에 경고도 했었는데 이런 제도가 생기니 합리화 명분이 생겨버린 거고. 지켜보다 당사자들별 캘린더를 만들어 출근시간 돌발연차를 쓴 날을 칠했다. 심한 사람은 월 16일을 쓴 사람도 있었다는.
30분 연차를 쓰는 거야 괜찮은데 그대로 30분 더 일하다 갈 게 아니라면 사실상 이들의 일일 근로시간은 6시간 반 혹은 6시간이라는 거다. 30분씩 쪼개 쓰면 꽤 오랜 기간 이렇게 다닐 수 있고. 여기까지도 백 번 이해한다 쳐도 그럼 일이라도 잘하고 성과를 잘 내는 사람들이라면 솔직히 넘어갔을 수도 있겠다 싶다.
어쨌든 당사자들과 그들의 리더에게 심각한 경고를 한 후에도 줄어들었을 뿐 완전히 고쳐지진 않았다. 그리고 몇 달 후 제도는 원점 회귀 되었다.
글에서 뭘 많이 떠들지만 사실 잘하지 못한 것의 회고도 많고, 이전의 직간접적 성공체험을 따라하는 것도 많다. 그 중엔 역시 성공한 것도 있지만 내가 해보니 안 된 것도 많다. 이 제도는 내가 있던 조직에서는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았고,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보진 못했다. 그래서 그나마 시범적용이었던 거지만 한 번 도입한 제도는 그게 시범이든 고정이든 철회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담당자의 용기도 필요하고 한편으로는 모양 빠져 주저하게 된다. 그렇게 방치하고 회피하면 속된 말로 X 싸놓은 사람이 된다.
코로나 시국에 너도나도 도입했던 재택근무와 자율근무를 철회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난리일 거라 못한다는 대표님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마음 같아선 다 출근 시키고 싶지만 다 나가면 어떡하냐며.
정답은 모르겠다. 내가 다니는 회사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책임지고 뽑을 테니 그렇게 하셔라 했겠지만 고객사에는 내가 온전히 책임질 수 없기에 그냥 하시라고 주장하긴 어렵다. 다만 생각보다 별 일 일어나지 않는다와 결단의 순간에서는 고용자의 의사결정은 눈치볼 일이 아니란 말씀을 해드린다. 마음이 불편하고 못마땅한 건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터지기 마련이니 좋은 거 말고 마지노선을 잘 그어 그것만 넘지 마시라고.
일하는 이에겐 다녀서 커리어에 좋은 회사가 되어야지 다니기 편한 회사는 언젠가 독이 되기 마련이다. 회사 입장은 말할 것도 없고.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면 안 된다 생각하고 일만 잘 하면 어느 정도는 관리 가능한 범주에만 있다면 풀어주자주의다. 당일 돌발연차도 그럴 수 있지라 여겼고 한 두 명의 일탈을 예상은 했어도 문제인 극소수 때문에 안 해야 하냐엔 부정적. 연차는 전일 미리 공유 하도록 해두긴 했었지만. 시행착오를 겪었고 저 제도는 이제 어디서도 하지 않겠지만 기본 원칙은 바뀌진 않았다.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하는 건 자원이지 사람은 아니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