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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을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by SSOO

조직 최적화가 제 주 분야이고 불가피하게 권고사직이나 해고에 많이 관여합니다. 무조건 잘라야 한다도, 해고 기술자도 아니고 정말 이슈 있는 사람을 내보내는 방법, 조직의 감정이 혹여 사람 탓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발라내는 작업, 조직이나 사람의 결정적 잘못이 아니어도 변화 때문에 변경해야 하는 구조로 인한 권고사직, 인력이 핵심일에 몰입하게끔 하고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몇 번 관련한 글을 썼지만 이 모든 일의 근간에는 우리 조직의 리소스가 어디에 얼마만큼 쓰이고 있는가를 정확히 아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다 알아가 아니라 잘 알아야 하는 거죠.


그래야 어디에 병목이 있는지, 어디에 통합할 지점이 있는지, 어떤 건 제거할지, 어떤 건 굳이 안 해도 되는지, 어떤 건 꼭 해야 하는데 현재 리소스에서는 할 수 없는지, 그럼 누구를 채용해야 하는지, 언제 채용할 것인지, 어떤 일은 언제까지 할 것인지, 그럼 그 업무 담당자는 어디에 배치할지 아니면 헤어져야 할지 등을 판단하기 위함입니다.


뭔가 아니다 싶을 땐 대부분 명분과 논리보다 감정이 개입하기 쉽고 그 감정은 판단에 영향을 주며 혼란을 주게 됩니다. 결국 그 끝은 갈등과 상처로 남게 되지요.


그래서 경영진과 리더, HR은 실리콘밸리 발(發) 인사행위가 아니라 우리 조직의 일을 정확히 보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막연한 성장과 조직문화가 아니라 지금 우리는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를요.


그 방식은 과거 직무분석이니 하는 걸로는 사실 어렵습니다. 역량평가, 배치에 활용한다 하지만 그동안 뭔가 만들어 냈어도 현업을 휘젓는 것 대비 효용이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정교화, 있어빌리티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뭘 알고 싶은데 그걸 제대로 알 수만 있으면 됩니다. 목이 마르면 물을 꺼내 마시면 되는 거지 냉장고를 여는 프로새스, 물잔 세팅, 물의 높이를 만드느라 시간 소모할 필요가 없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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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기별로 전 직원을 한 시간 이상 면담하면서 개인별 상세 업무를 업데이트했어요. 정확하지 않아도 총업무를 100으로 볼 때 각 업무에 어느 정도의 실제 리소스를 쓰는지 넣어보라 했었죠.


어떤 사소한 업무도 생각나는 대로 추가하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심일이 아닌데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 있거나 핵심일에 리소스 투입이 현저히 적거나, 이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저런 걸 하네처럼 질문을 던지고 확인하며 개선해 가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합니다.


일시적 개편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하나씩, 그러나 계속 보면서 현황을 체크해 나가는 거죠.


조직이 구성원과 Alignment를 하는 방법은 타운홀도 아니고, 자세한 설명도 아닙니다. 그전에 '명분'이 중요합니다. 그 명분을 세우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정확히 아는 것'이고 그를 토대로 확인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는 겁니다. 대충 아는 척이 아니라 알려고 한다, 알고 있다, 그래서 거기서 끝나지 않고 실제 액션을 취했다는 것요.


이미지는 실제 영업 담당자의 업무입니다.


가장 먼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저는 "당신은 영업담당자인가요, 영업지원인가요?"였습니다.


그다음은 "영업담당자인데 왜 어떻게 팔지에 대한 시간과 실제 파는 데에 리소스가 거의 들어가지 않나요?".


다른 영업담당자들도 비슷하단 말에 개인별로 들여다보며 영업 운영과 지원에 대한 부분을 통합할 방법을 찾고, 누구에게 줄 것이냐 등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겁니다.


평가제도, 보상제도, 리더십 교육처럼 주제별로 모듈을 만들면 홍보하기도 편하고 일하기도 편하지만 이런 작업 없는 제도는 겉돌기 쉽습니다. 저도 모든 업무를 다 알지 못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 하나씩 알아갔습니다. 때론 오판도 하고 아는 것까진 잘했는데 그다음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노력이 기본이자 최선이란 생각을 합니다.


물론 시간이 많이 들고 품이 엄청나며 상대의 방어심리를 마주해야 하고 내 새끼 건드리지 말라는 리더도 상대해야 하죠.


그래서 더 명분은 중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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