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황기 스타트업이 인력을 급속도로 늘릴 때 스타트업씬에 들어와 던진 물음표가 가득이지만 그중 하나가 너무 인원이 많다였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어지간한 회사는 반 이상 줄여도 될 거라고.
스타트업을 모르고 개발문화를 모르고 로켓 성장방정식을 모른다고 대놓고 무시하거나 기분 나쁨을 표현하는 이들이 있었다. 요즘은 온도가 좀 달라지긴 했지만?
혹한기가 장기화됨에도 이제 갓 시리즈 A를 받기 시작한 기업은 순차적으로 이 정도가 필요하다 말한다. 그럼 10~20명 내외인 기업도 40~50명 훌쩍 넘는다. 딱 잘라 어디까진 30명 이하로 가도 된다 말씀드리는데 설득이 다 되진 않는다. 지금도 100명 넘는 조직은 50~70명 수준으로 줄여도 될 때가 더 많을 거라 말할 수 있다.
다행이라면 이전만큼 무작정 늘리진 않는다 정도.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의욕만큼 사람 뽑긴 어렵고 이전보다 훨씬 높은 보상의 사람을 뽑아도 별 거 없더란 시행착오를 거치며 채용에 신중해져 간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 일하는 방식과 인재 관리에 경영자가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데 대부분은 사업 확장이니 제품이니에 관심이 확 쏠린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성장했던 방식을 고수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잘못이다가 아니라 진화하거나 좀 다르게 가야 할 부분이 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때부터는 과거에도 리더십 이슈로 가끔 나왔지만 장점이 더 부각되던 것도 신규인력, 실력 혹은 머리가 커진 구성원들로부터 비판이 더 커지기 시작한다.
대표도 어느 순간부터 내부인의 말은 잘 듣지 않는다. 같은 말이어도 외부인이 말하면 다르게 듣는다. 때론 외부 전문가들을 쫓아다니며 “오늘도 은혜받았습니다” 식의 조언 낭인이 되어 떠돌기도.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시간을 들여 진득하게 실행으로 잇지 못하니 기껏 모은 조언은 휘발된 채 과거의 방식을 더 고수한다.
대부분은 다음 단계의 조직 운영을 경험한 게 아니라서 넥스트를 그리기 어려워 그렇다. 많은 창업가들이 큰 조직에서 의사결정과 매니지먼트 경험이 없는 채로 0 to 1을 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본인도 어렵다 생각하는데 옆에서 과거와 좀 달라져야 한다는 말을 하면 마치 나를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경영, 조직외형의 스케일업은 되지만 리더십의 스케일업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할 때 그렇다. 이상이 높고 기준이 높은 거랑 리더십 실행의 성숙도는 다른 얘기인데 전자를 곧 성숙으로 믿는다.
인력을 필요 이상 늘리는 건 리소스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가 한 축이고 다음은 최적화, 즉 내보내며 뽑아야 할 때 빼지 못하고 넣기만 해서다.
혹한기가 장기화되며 경영악화로 인력 감축을 하는 곳은 어쩔 수 없어 벼랑 끝에서 한다. 이 정도가 아니면 원활히 물을 빼며 새 물을 넣는 것에 소극적이다.
다다익선으로 우리는 인재와 문화에 투자한다는 말은 보기도 듣기도 좋지만 사람을 내보낸다는 건 사람 보는 눈 없어서, 경영 제대로 못해서, 이제와 잘못한 건 경영진인데 애꿎은 구성원 자른다는 말을 듣기 쉽다. "대표니 별 수 있나요"라며 다 떠안는다 말은 해도 실상에서는 사람인지라 비난을 두려워하고 최대한 회피하고 싶어 한다.
우리 인력은 완전히 정예화되어 단 한 명도 헤어질 사람이 없다 확신하나? 적어도 내가 만난 회사들 중 그런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맘에 안 들지만, 그럭저럭 괜찮아서, 당장 손이 없으니 아쉽긴 하지만 둔다지. 저 사람한테 무슨 일을 주지란 질문을 했다면 그 사람을 잘 봐야 한다. 역량이 낮아 자잘한 일을 부족하게 주고 있는 애매한 사람부터 시작하시길. 저 사람에게 대체 무슨 일을 줄 수 있냐 고민하는 자체가 불필요한 일에 에너지를 쓰는 거다. 그렇게 미적이면 당사자에게도 결코 좋지 않다. 그렇게 물경력이 되다 이직하며 부풀리고 연봉만 높여 다음 회사에 부담만 된다. 부수적으로 뽑아 봐도 소용없단 냉소만 늘어난다.
최적화는 조직에 여유 있을 때 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매너를 지킬 수 있고 명분을 세우는 시간을 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