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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것부터 막아야지

by SSOO

※ 화면은 대표님께 사용을 허락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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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핑, 프로세스, 조직 구조 등을 상담할 때 그 주제 자체에만 머물러 이야기하면 바로 뭔가를 변경하거나 현 상태에서 +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더 깊이 파고들며 질문하다 보면 (꽤) 자주 사람의 문제가 대두되곤 한다.


(여기에서 인사의 일이란 인사 담당자의 일이 아니라 경영 중 인사) 인사의 일이라는 게 타고 오르다 보면 오만가지가 엮여 있기에 어디서부터 풀 거냐, 그럼 전부 다 건드려야 한도로 귀결될 때가 대부분이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한다"로 정체되기도 쉽다.


사람이 병목인 때로 다시 돌아가 보자.


특정인을 빼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어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인을 빼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많은 HR 전문가가 문제의 원인을 사람이 아닌 구조에서 찾으라 하곤 하는데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는 동의하지 않는다. 분명하게 사람이 문제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 탓하기보다 사람에게 직접 뭘 하기 주저하느라 구조 탓, 자기(CEO, 리더) 탓할 때가 더 많다. 이 역시 타고 올라가면 리더가 주춤해서 방치되거나 불거진 상황으로 귀결되곤 하지만 원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래서 지금, 이 상황에서 뭘 할 거냐는 의사결정과 실행이다. 그러나 사람 탓을 하면 마치 내가 직원 탓이나 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고, 다 내 탓이라 하는 게 속이 더 편해지기도 한다. 이게 직원의 거취 처리를 주저하게 하고 때론 회피를 합리화한다.


여기에서 특정인이 문제라는 건 단순히 도덕적, 업무적, 성격적으로 대단한 하자를 가진 경우로 국한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문제는 더 폭넓게 봐야 한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효용이 컸지만, 지금은 그 효용이 현저히 줄거나 없어진 경우다. 그 사람이 뭔가를 잘못해서만이 아니란 얘기다.


사례로 A 업체에 큰 계약이 있어 대응하기 위해 전담자를 뽑았다 치자. 그런데 A를 하지 않기로 했다면? 일반적인 업무라면 다른 업무를 하는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애초에 특정 업무용으로 사람을 채용했다면 그 일이 없어진 후엔 다른 걸 커버한다 해도 원래 채용의 기대만큼 기여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회사가 작을수록 다른 직무의 어중이떠중이 업무를 일단 맡기지만 그것도 썩 잘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배우면 잘할 거 같으냐 하면 그럴 거 같진 않다고 한다. 그동안 기회도 여러 번 주고 이왕이면 더 기회를 주고 싶지만…. 이라며.


다른 흔한 사례로는 역량과 성향이 성장하는 회사에 따라오지 못하고 정체된 경우다. 변화를 싫어하고 기존의 하던 방식을 잘했다 굳게 믿는 이들이다. 이런 이들은 새롭게 영입된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거나 변경하려 하는 것에 부정적이고 때론 적대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신규 영입된 사람이 무조건 옳아서는 아니지만 회사가 그런 이들을 영입할 땐 근저에 '변화'가 전제된다. 이걸 읽지 못하거나 부정한다면?


다양한 경우가 있지만 생략하고, 결국 사람의 교체나 헤어짐까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CEO들은 주저하고 회피하곤 한다. "그래도 전에 고생 많이 했는데", "그동안 한 게 있는데 좀 그래요.", "당장 사람이 없어서 어려워요"란 말로. 당장 빼야 할 때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채용을 오버랩하면서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 당장 빼라는 게 아니라고!


흔한 상황은 그 사람에게 일을 맞추려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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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역량과 능력, 마인드가 되지 않는 사람에게 단지 그가 지금 있다는 이유로 그에게 무슨 일을 줄지 고민한다. 즉 일을 하기 위해 적합한 사람을 쓰는 게 아니라 있는 사람에게 줄 일이 없나를 찾느라 에너지를 쓴다는 거. 아니면 1인분의 일을 못하는 걸 알면서도 흐지부지 넘어가거나.


이때 내가 하는 질문은 "그래서 그 일을 그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앞으로 기다려 주면 할 수 있을까요? 냉정하게?"다.


대부분은 씁쓸해하며 "그렇진 않은 거 같습니다", "저도 문제를 알고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라고 한다. 내 일은 의사결정이 되었을 때 최대한 매너를 갖추고 명분 있게 헤어지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거다.


그러나 이런 회사들은 몇 달 후에도 여전히 회피한 채 시간만 지나있을 때가 더 많다.


평가제도니, 조직 문화 적합성이니, 인재상이니 그 가치 자체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와 정교화시킨 제도라 해도 실제 그대로 실행되는 게 아니면 쓸모없음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정한 컬처대로 간다고 해도 경영진의 결정적 순간의 주춤거림이 예외를 만들고 예외가 빈번하면 원칙이 없는 거나 다름 없어진다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하며 감원이 일상이 요즘에도 정작 병목의 사람은 내보내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지는 않은지, 이걸 배려나 마음 쓰인다는 말로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 인건비 때문에 고민이라면서 새는 인건비부터 막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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