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덱의 본질은 자원을 최적화하고 핵심에 집중하도록 모호성을 제거해 조직 내 심리적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함에 있다. 구글과 넷플릭스 모두 초기에는 현재 회자되는 업무 방식이나 리더십 스타일을 완벽히 갖추지 못했다. 스타트업으로서의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진화해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이지.
성공했기에 결과론적으로 그들의 가치나 일하는 방식이 각광받는 것이다. 도요타나 GE도 오랜 기간 기업의 경영교과서였다. 그러나 현재 이 기업들은 일하는 방식의 대표주자로 언급되지 않는다. 현재 두드러지는 기업으로 교과서는 대체되며 트렌드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건 성공했다는 기업의 가치와 원칙을 초기 스타트업이 단번에 모방하기 어려운 이유이며, 각 조직이 자신만의 문화와 방식을 개발하고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달하도록 한다.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 바로 독창적 단어, 문구가 아니라 실제 그렇게 생각하고 일하느냐.
스타트업 초기 쿠팡 출신이 쓴 프로덕트 오너란 책과 각종 OKR에 대한 이야기가 스트레스였다. PO란 각 회사마다 역할이 다르고 그 책의 얘긴 포괄적일 뿐 PO의 백그라운드만으로도 차이가 생기는 거였다. 스크럼에 애자일이란 말도 스트레스. 특히 OKR이 KPI와 뭐가 다른지를 강조하며 KR은 이래야 한다, 이게 맞냐 아니냐 하고 있는 게 답답했다.
이미 몇 년 전에 회사에서 스터디부터 미팅에 논의까지 상당 기간 꽤 깊게 하고 그 실체가 모호하다 드랍했던 내용이 신개념인냥 휘몰아치는 걸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어느 회사도 성공사례가 없는데 것 도입해 운영하고 있고 이게 맞다며 너도 나도 이래야 한다 너무 자신 있게 말하는 게 어이없기도 했다. 단순히 해봤는데는 아니고, 대기업이라 안 된 거 아니냐 하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걸 떠나서도 검증과 명쾌한 정의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 모든 걸 대체 어디서 뭘 얼마나 성공적으로 운영했다는 건가. 물론 이론은 죄가 없다. 완벽히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채 배움 자체로 정답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문제지.
제도는 변화가 있으면 긍정/부정적 반응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다만 신선함과 기존 제도에 대한 반감만으로도 먹고 들어갈 때가 있다. 그러나 제도란, 1~2년으로 절대 평가할 수 없다. 초두 효과가 사라진 이후에 뭐가 남느냐를 보며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뿐. 실리콘밸리발 온갖 멋져 보이는 개념들이 판교 사투리와 엮여 참 많은 게 떠다녔다.
어쨌든 실리콘밸리발 벤치마킹의 산물 중 하나가 컬쳐덱이라 생각하는 데에도 변함없다. 20, 21년도에 화려히, 대대적으로 우리 이런 거 만들었다 홍보하던 스타트업 중 현재 제대로 굴러가는 곳이 거의 남지 않은 건 씁쓸하다. 고개를 갸웃거릴 때마다 스타트업을 몰라서, 대기업물 덜 빠져서 비난받았지만 이제 와 전에 말했는데 거 봐라도 아니고 예나 지금이나 일하는 본질은 비슷하지 다를 게 없단 생각이다.
잘 굴러가 만든 곳도 정제되고 보기 좋은 단어의 나열일 때도 많다. 컬쳐덱은 조직과 함께 성장하며 진화해 가는 거지 한창 기면서 디디고 일어날 힘을 길러야 하는 아기에게 달리고 나는 영상만 트는 셈인 노력은 삐걱댈 수밖에.
바라는 걸 크게 꿈꾸되 눈 앞의 해야 할 걸 놓치면 안 된다는 것 역시 대기업이냐 아니냐, 기업이냐 개인이냐가 무관한 거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