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값나감 vs 비쌈

by SSOO
에르메스는 값이 많이 나가죠. 그건 '비싼'게 아니에요. '값이 나가는' 거예요. '값'이라는 건, 어떤 물건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정성과 주의를 들이는 비용이에요. 퀄리티 있는 물건이 나오죠. 하지만 '비싼' 건 제대로 된 기능이나 가치를 주지 못하면서 당신이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제품이에요.
출처: vet_park_hj


예전 창업 때는 직원을 여럿 두고 시작해 내가 다 하진 않았다. 아주 오랜 만에 대표이자 1인 사업자로 일하며 각종 행정업무, 스케쥴링, 미팅, 자문, 코칭, 컨설팅, 강의, 면담, 채용에 워드프레스 독학해 홈페이지 만들고 글까지 쭉 썼다. 이 외에도 명함을 직접 디자인하고 각종 컨설팅 자료를 만들고 바로 기억나지 않는 자잘한 일까지 오롯이 혼자. 여기에 개인적인 가사노동, 부동산 관리, 아픈 노견 두 마리 케어 대응 등.


이 시기 경험에서 가장 절감한 건 동료의 손길과 회사라는 곳의 안락함이었다. 디자이너가 해주고 개발자가 해주고, 총무가 해준던 일이 얼마나 많았는가 같은.


회사 다니면 별 거 다 했어, 내가 다 했어 하는 이가 많지만 그럴 리 없다. 알게 모르게 ‘같이’하는 힘을 안에 있음 느끼는 데에 한계가 있기 마련.


이번엔 직원 없이 혼자 하겠다 했지만 일이 많아질 수록 한 명 정도 뽑을까 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덜어줬음 하는 부분에서 대체하기 어려워 결국 포기. 돈 주고 맡긴 일도 있지만 작업 과정에서 결국 내가 너무 많이 관여해야 했고 무엇보다 퀄리티가 안 좋아 결국 내 손으로 해치워야 했다. 내가 가장 주력해야 하는 건 분명한데 여타 언저리 업무에 시간을 엄청 뺏긴다.


경영자가 누군가를 고용한다는 건 자기가 못하는 일이거나, 자기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음에도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해서 맡기기 위함이다. 이 말은 좋은(?), 진짜 기여하는 인재란 경영자의 시간을 핵심일에 더 쓰게, 기타 일에 덜 쓰게 해주는가로 귀결된다 말해도 무방하다.


핵심인재라 스스로를 칭하거나 누군가를 핵심인재라 말할 때 그냥 일을 잘한다를 넘어 대표나 리더의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주고 있느냐를 꼭 체크해 봐야.


아니면 소위 핵심인재라는 사람은 값나가는 인재가 아닌 비싼 인력에 불과할 수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성장 정체자, 변화 방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