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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하는 사람?

by SSOO

대기업, 중견기업에만 있다가 스타트업에 와서 고민 많은 경력직 코칭 중 가장 많이 하는 얘기.


이전과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상대의 말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게 아닌 거 같아도 굳이 내 의견을 말하지 않을 때가 많아졌다는 거다.


물론 해야 할 말이라 생각하면 다른 사람보다는 좀 더 말하는 편이다. 그러니 적당히 타협해서이거나 회피는 아니고, 대세에 지장 없고 아니라거나 따진다 해서 상대가 바뀔 일이 아닌 일에 에너지 소모를 하지 말자 해서다.


당연한 말 아니냐 싶지만 '할 말 좀 한다는' 사람들은 불필요한 데에까지 굳이 말을 보태고 시시비비를 가리려 든다. 그 자리에서 당장 말하지는 않는 것, 그냥 흘려 보내는 것, 이건 취하고 저건 잃는 것을 가름 하는 것에 유난할 만큼 자존심을 건다. (본인이 인식 하든 못하든)


이런 건 어느 순간 정작 중요한 일, 일이 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간과한 채 기싸움이 되기 쉽다. 지나고 보면 그때 "대체 그게 뭐 그리 중요했다고" 싶은 게 한 둘이 아니다.


"난 할 말은 해"라는 건 나이가 들수록 자랑도, 충심도 아닐 때가 늘어나더라. "일이 되게 하려고"가 가장 큰 이유인데 들여다 보면 자기 성질이 그렇게 생겨 먹은 거고, 정작 불필요한 감정 싸움으로 일이 안 될 때가 더 많더라는.


특히나 스타트업에서 더 그렇다.


젊고 패기있지만 경험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젊은 CEO에게 경력직들이 가장 빈번하게 실수하는 일이다. CEO가 직원을 계몽하려 들면 안 되다면서도 정작 본인이 CEO를 계몽하려 기를 쓰는 거.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어서, 권한을 많이 가지고 내가 해보고 싶은 걸 해보고 싶어서라는 욕구가 스타트업 합류의 이유 중 하나. 그러다 CEO가 경험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든가, 고집이 세다라든가, 입사할 때랑 말이 다르다 같이 비난하다 "스타트업은 안 돼"로 귀결 짓는 이들을 보기란 어렵지 않다.


나 역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런저런 선을 여러 번 넘어본 후에야 좀 정리된 게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사실이기도 하고.


내가 가지고 싶은 걸 나 혼자서는 하기 어렵고 어찌됐든 가장 큰 동력을 가졌다고 판단한 CEO에게 나를 위탁했다고. 경력직이 스타트업에 합류하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메리트는 권한과 주도성이 아니라 리스크 헷지와 원하는 기대값을 가지게 될 가능성을 높이는 걸 얻는 거 같다. 그럼 잃는 것과 취할 것이 좀 더 분명해진다. 이걸 잘 못하면 회사를 전전하며 커리어 무너지는 건 한 순간.


사람 이슈로 창업자를 만날 때가 대부분이다.


이때 대표가 뭐는 어떻고, 나는 뭘 겪었고, 그래서 어떻고, 다른 대표들도 다 같은 말을 하고 등으로 이야기 할 때가 있다. 그 모든 상황을 이미 겪어 보았기에 공감하면서도 그래서 그게 정답인냥 이야기 하긴 어렵다. 그런 사례도 겪었지만 아닌 경우도 많이 봤기에 무조건 A다 할 수 없기 때문. 이때 얘기 해봐야 "몰라서 그런다, 내가 다 겪어봐서 하는 말이다" 하는 말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이때 그게 아니라고 하면 자칫 말싸움으로 번질 수 있고, 입을 다물자니 그걸 잘 모르고 하는 말이나 하는 사람으로 남는 거 같다. 여기서 "내가 그걸 모르겠냐, 내가 너보다 더 아는데~"라고 해봐야 남는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 그의 경험이 이해 되고 나도 아는 거라면, 거기에 맞춰 이해하면 그만이다. 많은 경우 전자보다 후자, 순간의 자존심 때문에 발끈하고 말 얹다 차곡차곡 감정 부채만 쌓는다.


매우 부도덕하고, 매우 비인격적이고, 무조건 실패할 위험이 아닌 이상은 대세에 지장 없는가를 보면 그만이다. 이런 곳이라면 빨리 떠나길 결심하고 실행하는 게 중요하지 싸우고 있지 마시라 한다. 그 외엔 얻고자 하는 바가 곧 회사의 성공이 될 테니 일이 되는 방법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다. 주장과 인정 요구보다는 먼저 하고 보여준 후 내 말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게 현명한 방법. 권한 안 준다, 안 줘서 못한다는 일부는 맞지만 그럴 수록 해야 하고 기대하는 걸 먼저 하면서 그걸 주게 끔 신뢰자본을 쌓는 방법에 집중하는 게 똑똑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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