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그거 문제해결 아니에요

by SSOO

이력서나 면접, 커리어 코칭, 현업에서 자주 보고 듣는 말.

자기 이력에 메타인지가 부족한 분들에게서 볼 수 있는데, 연차 대비 업무 능력이 낮고 시야가 좁은 이들이다. 그들은 자칭 회사에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고 문제해결자라 말한다.


쉬운 예를 들어 보면 이런 거다.

"나는 리소스가 부족해 마케터가 아님에도 마케팅 이벤트를 지원했다"

"내 일이 아니지만 ~도(혹은 ~까지도 기꺼이) 했다"


물론 이 역시 회사에서 해야 하는 일이고, 어느 정도 헌신이 가미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이걸 문제해결자로 일했다 말하는 건, 그전에 이게 문제해결이라 믿는다면 좀 난감하다.


실제 문제해결을 했다고 말하려면?

이벤트에 늘상 인력 부족 문제가 있다는 현상을 인식하고, 제한 예산이나 시간 내에서 뭘 개선할 지 찾아내 필요 인력을 30% 줄인 정도는 되어야 한다.


내 일이 아님에도 기꺼이 했다?

비효율과 문제는 방치한 채 하던 대로, 문제의식 없이 그저 열심히 했다는 것에 가깝다.


문제해결이란?

문제는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치와 현상의 갭이다.

목표한 걸 이루기 위해 메꿔야 하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눈 앞의 일을 한다가 문제해결이 아니고, 목표치에 지금보다 좀 더 나아갔느냐여야 한다는 것.

문제정의란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가, 대체 병목은 왜 발생하는가, 재발하지 않게 어떻게 바꿀 것인가이다. 그다음 실행해 이전보다 나은 변화를 일으킨 게 문제해결이다. 인력이 부족해 도왔다'는 단순히 인력공백을 채웠을 뿐 구조적으로 문제해결을 한 건 아니다.


※ 자매품으로 해결은 못했는데 도전은 했다를 문제해결이라 하는 게 있다.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 있지만 이 또한 문제해결을 위한 시도였냐가 중요하다. 앞서 문제를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목표와 현재의 갭이라 했다. 그 갭에서 벗어나 있는 아젠다를 계속 두드리는 건 의미있는 시도가 아니라 소음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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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을 열심히 하는 사람, 기꺼이를 전제로 헌신하는 사람, 문제해결자라 말하는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 성과와 과정의 구분이 모호하다.

몸으로 때운 것, 시간을 더 쓴 걸 열심이라 하고 성과라고까지는 안 해도 그걸로 합리화를 한다. 일이 제대로 됐는가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희생했고 열심히 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매번 주말에도 나와서 "~을 했다며 열심을 어필하지, 주말에 ~ 하지 않기 위한 방법은 없는가?"란 생각은 못한다.


■ 단순 처리와 대응을 문제해결로 착각한다.

"~를 해결했다"고 하는데 불끄기에 불과할 때가 많다. 근본 원인과 구조 개선을 안 하니 계속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매번 새로운 일을 하듯 건건으로 대응한다. (그냥 처리 하신 겁니다!)


■ 조직적, 구조적 시야보다 자기 안에 머무른다.

애초에 그런 일을 왜 하는지, 그렇게 일하는 구조는 왜 생겼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어떻게'는 고사하고 '고쳐야 한다'는 데에 생각조차 못 미침) 생각도 관심도 적거나 없다. 즉, 문제를 시스템 수준에서 정의할 능력이나 훈련이 턱 없이 부족하다.


■ 주인의식을 헌신이나 열심으로만 해석한다

진짜 주인의식은 내가 빠져도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러나 이들은 나라서, 내가 없으면 안 된다를 주인의식인 줄 착각한다. 1~3이 안 되는 이유. 재사용/효율/생산성을 고려 못하고 자신의 투입과 존재감을 중시한다. 이들은 늘 피곤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 본인을 포장한다.

■ 서사적 어필에 집중한다

자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뭐를 했는지, 내가 해서 ~가 됐다란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까보면 그 인풋이 조직 성과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는 없는 편. 객관적 성과지표, 결과가 없기에 감정적이고 To do list 나열에 머무른다.


■ 입으로는 성장하고 싶다면서 실제 노력은 안 한다

본인 스스로 성장하고 싶다고 하지만 모자란 부분에 대한 인식이 매우 약하다. 생각과 고민을 어려워하고 쉽게 포기한다. 뭐 하긴 한다지만 별로 하는 거 없고 인풋을 넣지 않는다. 진심이라면 그 방법을 찾기 위해 갈아 넣어야 한다. 4번에 갈아 넣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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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이들은 구조적 제거나 개선보다 내 한 몸 불태워 메운다에 치중한다. 이들이 유용할 때는 있다. 그 정도로만 일을 시키면서도 잘했다 하는 수준의 조직(=일의 수준과 강도가 낮은 조직), 초기 조직에서 닥치는 대로 부딪히는 상황.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런 조직에서, 이런 식으로 길러진 이는 문제해결자가 아닌 그 자체로 어젠가 골칫덩이가 된다.


열심이나 시간을 갈아 넣는 건 문제가 없다. 해주면야 땡큐지.

그러나 성과와 개선 없는 열심과 헌신은 「성실한 무능」이다.

이들이 주요 포지션에 있거나 쓸데없이 열심이면 기여는커녕 조직, 동료의 에너지만 좀 먹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잘 못해도 또는 잘못해도 일단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건 주니어 때나 통한다. 개인적으로도 불행한 건, 이렇게 연차가 쌓일 때다.


이런 사람들을 이렇게 말한다. 물경력.

물경력은 나이와 연차가 들 수록 감가되듯 심화된다.

그래도 성실하고 열심히 하지 않냐고?

이조차 안 되는 사람보다 낫다로 속으면 안 된다.

태만한 무능이나 성실한 무능이나 뭐가 그리 다르다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진짜 일일까?

혹시 내 학습을 위해 조직의 비용을 태우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일로 내가 경력이 잘 쌓이는지 아니면 물경력의 길로 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물경력인가 싶을 때 던져볼 수 있는 쉬운 질문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팀장, 헤드가 되면서도 같은 일을 하고 있는가. 실제 난이도는 유사한데 내 숙련도만 올라 좀 더 하고 잘하고 있다면 위험.
"뭘 했느냐" 말고 "뭘 다르게 했느냐, 뭘 개선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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