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상담사 지인들과의 브런치 타임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좋아 기억하고자 메모.
#1.
그런 때가 있다.
정말 잘해보고 싶어 최선을 다하는데도 매번 헛발질하는. 그래서 다음엔 만회하겠다 더 열심히 했는데도 또 헛발질하게 되는. 있는 대로 힘을 주지만 뭘 해도 뜻대로 풀리지 않는 시기, 그로 인해 흔들리고 조급해져 또 다른 실수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시기가 있다. 이럴 땐 일단 멈추고 나와 상황을 객관화해봐야 한다.
#2.
어떤 일을 처음 실수하면 말 그대로 실수가 된다. 그런데 그 실수에 괴로워하고 창피해해도 대부분 남들은 신경도 안 쓴다. 그 실수를 두 번째 하게 되면 "으이구!" 한다. 그때부터는 잔소리도 듣고 위로도 받으며 큰 교훈을 얻었다 반성도 한다. 다음 선택 때는 만회하기 위해 더 힘이 들어가고 그 신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세 번째부터는 이유가 뭔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당사자에게 물음표가 붙는다. 이때부턴 상황이 어떻든 그럼 그런 상황에 왜 매번 빠지는지 그 선택을 하는 이의 안목이나 자질을 의심받게 된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실수라 하지 않고 그의 잘못이나 문제라 하는 거.
#3.
이 세 번째쯤 되면 일반적으로는 두 부류로 나뉜다. 세상에 대한 원망, 타인에 대한 원망이 주가 되는 이와 자괴감으로 자존감부터 자신감까지 땅을 파고 들어가는 이.
나도 오랜 기간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며 매번 후회하는 선택이 있다. 40대가 되어 이젠 안 그래야지 했으나 별반 다르지 않고, 또 같은 선택을 해 한동안 괴로움에 시달려야 했다. 상담을 받으며 이 부분을 많이 이야기 나누었었는데 결론은 지나치게 내 맘을 혹사시킬 필요는 없으나 그게 열등감이든, 낮은 자존감이든, 조급함이든, 원망이든 그 모든 감정의 주체는 나라는 거고 이건 문제의 해결 열쇠 역시 온전히 나에게서 출발해야 한다는 거였다. 상황을 선택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 상황 속에서 나의 생각과 행동은 내 선택이라고. 어떤 상황과 영향 속에서 형성되는 사고와 인성은 이해를 해야 하는 영역이고 이를 어떻게 성숙하게 보듬어내는가와 언행의 조절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는 거.
감정과 사고까지 성숙한 거야 득도의 경지인 거고 적어도 언행은 성인이고 사회인이라면 책임감과 매너의 영역이지 않을까 한다. 마음은 몰라도 밖으로 보이는 언행은 조절할 줄 알아야 하는 거니까.
#4.
누군가를 두고 책임감 강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이 말을 잘 들여다봐야 하는 건 일에서 성과를 내고 잘하려 노력한다고 책임감 있고 최선을 다한다 할 수 있는 거냐는 거. 어느 이상 나이가 들고 포지션이 올라가면 좀 더 확장해봐야 하는 거 같다. 그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신체적 심리적 안정성, 역할의 임팩트까지 관리하고 완결할 때 그걸 진짜 책임감 있고 최선을 다한다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페이스를 잃을 정도로 '책임감 있게 하겠다며' 지나치게 고민하고 걱정하고 비판하고 싸우거나 건강을 잃는 거, 주변 사람을 떠나보내거나 힘들게 한다면 반쪽짜리 최선일 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을 한다 치자. 그러나 가족과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아버지 기억과 추억이 적고 어느 날 과로로 병이 나버린다면? 아버지는 최선을 다해 산 걸까? 일하는 나의 아버지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을 한 거지, 아버지와 남편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흔히 일이 너무 중요해 가족이나 연인, 친구에게 소홀한 이들을 자주 본다. 이들이 일에서 책임을 다한다고 그들은 그럼 책임감 있는 사람인가? 내게 소중한 것만 보고 나를 소중히 하는 이들을 소홀히 하는 것 역시 책임감이나 최선이 아닌 거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거, 자기 인생이 중요해 열심히 살지만 건강을 돌보지 않고 인격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그것도 반쪽짜리 열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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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가분들과 밥 한 끼 먹었을 뿐인데 대화가 어찌나 은혜로운지.. 이거슨 간증인가 수다인가 치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