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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에세이] 김대건 안드레아와 어지러운 마음

▲솔뫼성지의 김대건 안드레아 동상 Ⓒ박배민 (문화재유랑단)



솔뫼성지의 김대건 안드레아. 나는 천주교 순교자 동상 앞에 서 있다. 그의 눈은 하늘 너머 어딘가를 향해 있고, 나의 마음도 그의 시선을 따라 뻗어 나간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 묵직한 질문이 그대로 내 마음에 눌러 앉더니, 어느새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나는 어딜 향해 가고 있지. 인생의 마지막 정류장인 죽음인 걸까. 마음이 부유한다. 대답을 찾지 못 한 질문이 허공에 흩날린다.


나는 어떤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나의 존재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나의 삶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이며,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아니, 오히려 퇴보하고 있나?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그 가치를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마음 더욱 흔들린다.


살아있을 적 그의 눈빛도 저 동상처럼 고요했을까. 다시 내 안에 있는 질문들을 들여다본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그럼에도 답 없는 질문들을 통해 내 삶을 정리해 본다. 천주교 순교자 동상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그의 눈빛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보고 있다. 나를 이해하고, 내 존재의 가치를 찾아가고, 내 인생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탐방일: 2020.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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