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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지붕 ① 맞배지붕

네 번째 글보따리

궁궐, 사찰, 민가 등 전통 건물을 마주할 때면 가장 먼저 지붕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옥의 첫인상을 결정 짓는 지붕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무슨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세 편에 걸쳐 한옥 건물의 지붕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안녕하세요 '벌'입니다:) 오늘은 전통 목조 건물의 지붕에 대해서 알아볼 거예요. 앗-! 뒤로가기(←)에 손이...? 잠시만요! 조금만 더 읽어보셔요! 어려운 건축 용어는 빼고 문화재 관람에서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만 알려드릴게요.
 

문화재 탐방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지붕 세 종류를 뽑아 봤어요. 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팔작지붕인데요. 앞으로 한 편에 하나씩, 총 세 편에 나눠서 알려드리려고 해요. 최대한 쉽게 풀어드릴 테니 천천히 따라 오셔요~


전통 지붕의 종류 (출처 - 한국건축 용어사전)


맞배지붕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지금 두 손을 들고 손 끝을 모아 산(△) 모양을 만들어보세요. 맞배지붕이 딱 그 모양이에요! 마치 카드 두 장의 긴 면을 서로 맞닿게 해서 건물 위에 올려놓은 것 같답니다. 


즉 지붕에 면이 두 개라는 뜻이에요. 지붕 중에서는 가장 간결한 모습이랍니다. 화려한 멋은 덜하지만 우직하고 담백한 느낌을 줘요. 중요한 건물 외에도 문이나 행각 등에 사용되어요.


아래 사진을 보면서 맞배지붕의 형태를 익혀볼까요?


수덕사 대웅전 (출처 - 위키백과)


여기는 충남 예산에 있는 수덕사 대웅전이에요. 우리가 만들었던 손 모양처럼 지붕이 앞뒤로만 있죠? 건물 옆면이 너무 노출되지 않게 양쪽으로 지붕을 좀 더 내놓은 모습도 보이시죠?


용문사의 대장전 (위키백과)

경북 예천에 위치한 용문사의 대장전이에요. 맞배지붕은 정면에서 보면 사각형 면 하나만 보여요.


지붕과 기둥을 잇는 공포의 종류

(이 내용은 생략 가능!) 조금만 깊게 얘기하자면, 맞배지붕에는 다포 양식을 잘 사용하지 않는데, 용문사 대장전은 특이하게 다포 양식 위에 맞배지붕을 올렸어요. 이건 어려우니까 공포(栱包)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할게요! 참고 삼아 알아두셔요.


관룡사 약사전

이 사진의 건물은 경남 창녕에 위치한 관룡사의 약사전이에요. 앞서 살펴본 용문사 대장전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맞배지붕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어요.  


그런데 약사전의 지붕 옆면이 휑한 걸 보실 수 있어요. 그래서 비바람이 세게 불면 건물의 옆면이 젖기도 하는데요. 맞배지붕은 건축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렇게 눈비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있어요. 한국의 전통 건물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져서 습기에 특히 취약해요. 그래서 옛 사람들은 건물 상단에 곰팡이가 슬거나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풍판’이라는 걸 설치했어요. 풍판의 예시도 볼까요?


개목사 원통전

경북 안동에 있는 개목사 원통전이에요. 비, 눈으로부터 옆면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풍판을 볼 수 있어요. 원통전에 설치된 풍판은 곡선형 풍판인데요. 곡선형 풍판은, 옆에서 건물을 봤을 때 좌우가 비대칭인 건물에 주로 설치했어요(신웅주, 『맞배지붕 건물의 풍판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논문집 계획계, v.27 n.3 (2011-03), 206쪽).


김제 귀신사 대적광전 (출처-국가문화유산포털)

원통전과 대적광전 모두 풍판을 가지고 있는데요. 둘에게는 미묘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알아채셨나요? 맞아요. 원통전의 풍판은 아래 면이 반원처럼 둥글지만, 대적광전의 풍판은 일직선이죠? 보통 풍판의 아래 면은 곡선으로 만들지만, 때에 따라서는 직선으로 자르기도 해요. 


일직선 풍판은 지붕 면의 기울기가 커서 처마의 양 끝만 이어도 옆면 상단을 잘 가릴 수 있을 때 사용해요(신웅주, 위와 같은 쪽). 다만 위 대적광전의 풍판은 조금 더 아래로 끌어내린 모습인데, 여기까지 얘기하면 어려운 내용으로 빠져 버리니 생략할게요! 


그리고 같은 맞배지붕이라 할지라도 풍판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요. 고려 충렬왕(1308) 때 지어진 수덕사 대웅전처럼, 현재까지 보존된 고려 시대 맞배지붕 건물엔 풍판이 없어요!


소나무 벌목을 금지한다는 송금비 "이해룡 송금물침비" (출처 - 경향신문)

풍판은 조선 시대부터 거의 모든 맞배지붕에 붙기 시작했어요. 목재 부족 때문이었다고 해요. 기둥 위에 얹어 지붕을 받치는 도리를 만들기 위해선 긴 나무가 필요해요. 그런데 나무가 자라는 것보다 벌목하는 양이 더 많아버리니 나무가 부족해지고, 어쩔 수 없이 도리에도 짧은 나무를 사용하게 된거죠. 


도리가 짧아지니 지붕도 옆면으로 덜 빠져 나오게 되고, 지붕이 비바람을 덜 막아주니 조선 시대의 맞배 지붕이 고려 시대의 그것보다 자연에 더 취약해지면서 풍판이 발생했다고 추정하고 있어요. 풍판에는 나무 하나를 그대로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자! 어떤가요, 여러분! 이제 사찰에 갔을 때 어떤 게 맞배지붕인지 알아보실 수 있겠나요? 맞배지붕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예요. 목표한 것처럼, 이해가 쉬운 글이었으면 좋겠네요!

다음 편에서는 우진각지붕을 살펴볼게요. 그럼 안녕~!



'문화재유랑단'은 문화재 탐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임입니다. 회원들끼리 문화재 탐방의 나가는 것도 좋지만, 단체 외부 사람들도 '문화재 탐방이 재밌네!'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탐방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하고, 지금 여러분이 읽고 계신 것과 같은 글을 쓰기도 하는 단체입니다. 


우리 단체에서는 '글보따리'라는 이름으로 문화재 관련 글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쓰는 이는 3명이고, 주제는 '우리가 쓰고 싶은 문화재 글'이랍니다. 그래서 글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을 수도 있고, 주제도 관심에 따라 자주 변경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다양하고 색다른 글을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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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글보따리 작성자: 벌(2021.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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