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안녕하세요, 퍼슨 씨.”
“반갑게 인사드릴 순 없겠네요. 모자 씨”
에밀리가 궁금했던 질문을 더 하려던 와중에 조용한 퍼슨 씨네 집에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퍼슨 씨가 문을 열고 나가보니 에밀리와 인터뷰를 준비하고 카메라를 다루던 칼이
꽃바구니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퍼슨 씨는 칼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여태껏 본 적 없는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칼에게 말했습니다.
칼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품에 들고 있던 꽃바구니를 조심스럽게 현관문 앞 바닥,
퍼슨 씨의 발아래에 두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당신을 무척 걱정하고 있어요. 어서 연구소로 돌아오기를 바라십니다.”
“걱정하신다던 분이 이런 일을 만들어서 제게 보내시니 저는 굉장히 불쾌하다고 전했으면 좋겠어요.
칼. 더 할 말이 남아있나요? 돌아가지 않으면 당장 이 사건의 범인을 신고하고 싶은데요.”
조금 소란스러운 바깥을 구경하러 나온 에밀리는 인터뷰 촬영 뒤로 연락이
잘 안 되던 칼이 퍼슨 씨네 집까지 찾아온 것에 매우 당황스러웠어요.
이 집의 주소를 알 리도 없거니와 사건의 범인, 자신의 집 방화범이라는 말에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라는 생각이 에밀리의 머릿속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역시 거기까지 알고 계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신고는 하지 않으실 걸로 생각합니다.
곧 박사님께서 잘 처리할 거라고도 하셨고.
그래서 이 꽃바구니는… 저희 박사님께서 보내는 첫 선물입니다. 거기 계신 분도 함께요.”
칼은 퍼슨 씨의 뒤에 있던 에밀리를 잠시 보고서는 발걸음을 돌려 떠나버렸습니다.
남은 것은 바닥에 놓인 꽃다발이었고 돌아가는 남자와 연구소,
퍼슨 씨와 칼의 대화가 겹쳐져 혼란스러운 에밀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