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감춘 아이
어느덧 따뜻함을 지나 미적지근해질 6월의 시작이었다.
그런 온도의 내음을 맡으며 어떤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늘 머리가 아플 때면 항상 이 곳 공원으로 온다.
그곳에서 항상 내가 앉던 자리는 학원으로 가지 않은 이 시간에는 비어있었고
나는 깊게 한숨을 돌리며 여전히 막연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언젠가는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담아
입학 후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왔지만 막연함은 늘 같았다.
무겁고 초조한,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그렇듯 푸르고 먼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길 때,
처음 보는 예쁜 풍선 더미들이 하늘에 보였다.
쫑긋한 귀를 붙인 탈을 쓴 얼굴을 마주했을 때, 그 아이는 나에게
이 자리는 자신이 풍선을 파는 자리라고 말했다.
내가 왔던 자리였지만 이제는 내 자리마저 이렇게 잃어버리는 것일까? 하며
생각하며 자리를 비키길 망설일 때 얼굴을 가린 그 아이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풍선을 쥔 반대편 손으로 작은 종이 한 장을 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오늘 이 풍선들은 못 팔게 되었지만, 괜찮아. 하늘로 날려버리면 되거든.
혹시 네가 관심이 있다면 적힌 시간에 이 장소로 와.
분명 네가 좋아할 만한 특별한 장소로 떠날 수 있을 테니까."
떨떠름한 기분으로 나는 종이를 잡지 않으려고 했지만
기어코 내 손에 꼭 여행 티켓을 쥐여주고는 그 아이는 천천히 내 앞을 지나쳐 멀리 사라졌다.
어디론가, 막연히 떠나보고 싶다고도 생각하면서 늘 마음 한구석으로는
내가 지금 해야 할 일들과 혼자서는 떠나기 어려울 것 같은 불안한 감정들이 있다.
'내가 정말 어딘가로 떠날 수 있을까?'
머릿 속은 조금 더 복잡해졌고 여전히 하늘은 맑게 빛났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인사드립니다~
4월은 회사 일도 있고 많이 바빠서 연재하던 일러스트들도 많이 없었고
공모전을 준비하고 참여하고 그랬었어서 이제야 이렇게 그림들을 올릴 수 있게 되었네요.
[얼굴을 감춘 아이]는 그라폴리오에 <1회 일러스트 창작지원 공모전>에 참여한 그림이고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이야기를 쓰고 그리고 준비하면서 저에 대해서도 많은 걸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남은 작품도 쭉 업로드하고 또 새로운 그림으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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