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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부 Anbu May 13. 2019

시간의 통로

얼굴을 감춘 아이


어제 그 아이를 만난 다음날,

나는 티켓에 적혀진 장소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젯밤도, 학교에서도 계속 그 아이의 얼굴과 말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풍나무 5길, 19 / 오후 5시. 초대장의 주인을 기다립니다.]


팻말이 붙어있는 곳은 오래되어보이는 낡은 벽이 있는 곳이었다.


'역시 장난이었을까?' 


난 공원 벤치에 멍하게 앉아있다가

토끼탈을 쓴 아이에게 속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 아이는 보이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만이 보였다.


거리는 여전히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내가 바라보는 곳은 여전히 그저 팻말만이 붙은 오래된 벽이었다.

그 벽으로 비치는 햇살은 마치 문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냥 벽일 뿐이야. 낡고, 지저분하고...'


학원을 가지 않은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바보 같이 느껴질 때

문득 어떤 소설의 내용이 생각났다. 그 소설에서도 기차역에서 아무것도 없는

기둥이 있는 벽으로 주인공들은 용기를 내어 뛰어들어야 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그 햇살이 비치는 따뜻한 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순간 자석이 나를 끌어당기듯, 내 온 몸이 그 벽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곧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웅성거리는 소리들도 점점 멀리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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