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감춘 아이
어떤 힘에 이끌리듯 온 몸이 쑥 빠져나온다고 느껴질 때,
낯설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고, 천천히 내려오면 돼."
그 말을 듣고 꾹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뜨자 사람들이 많았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조용하고 어두운 공간이 펼쳐졌다.
빛나는 문과 빛나는 계단, 빛나는 별...? 온통 반짝거리고 빛나는 것들이 펼쳐진 와중에
어제 만났던 그 아이는 계단 아래에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내 몸은 약간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처음엔 당황한 나머지 옆으로 쓰러질 뻔 했지만
이내 중심을 잡고 계단에 발을 한 발짝 내디디며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물어볼 것이 너무나 많았지만, 그 아이는 이내 내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곧 문이 닫히면 계단도 사라질 거야. 내려와서 하고 싶은 얘길 마저 해도 좋아."
아래쪽으로 내려가도 그 투명한 바닥이 나를 얼마나 지탱해 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정말로 문은 천천히 닫히고 있었다. 떨어지면 아플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 더
용기를 내어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름이 다가오는 어느 날, 나는 홀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잠시, 1분 혹은 1초라도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그리고 이게 꿈이라면, 1분이라도 좋으니 조금 더 꿈을 꾸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3번째 이야기입니다 :)
소녀의 이름은 '지수', 소년의 이름은 '우' 라는 이름으로
지수의 잃어버린 꿈을 찾고 우의 이야기도 그리고 싶었는데
모자란 부분 만큼이나 또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할지 많이 생각했던 작품입니다!
다음에 또 이런 이야기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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