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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부 Anbu Apr 19. 2020

파도의 이랑

2019


잠잠한 파도는 없다고 누군가 말했어.


파도의 이랑이 내가 있을 자리라 생각하며

매일 이곳에 가만히 앉아

마를 새 없이 부딪히는 파도를 참았지.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다가도

어느새 파도가 다가와

내가 있던 자리를 지워버리지 않을까

있는 내내 불안해하면서

파도의 소리에 묻혀

내가 잊히는 것이 무서웠어.


그렇게

다른 사람들도 오는 파도를 내내 참고

또 참는 줄 알았어.


잠잠한 파도는 없다지만

파도의 이랑이 내 자리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었어.


매일 무심하게 지나치는 파도가

조금씩 나를 아프게 하는 줄도 몰랐던 시간이었지만


부스러져가는 물보라의 빛깔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나의 파도의 이랑을 지나

오늘 이 자리를 떠나보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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