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보의 요즘 사진
개인적으로 밤 사진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잘 흔들리고 후작업에 공이 더 들어간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을 때 밝기나 색상이 눈으로 보는 것과 차이가 큰 경우가 부지기수다. 조명에 따라 색도 오락가락한다. 사실적 사진을 좋아하는 터라 밤 사진 특유의 왜곡된 색은 영 탐탁치 않다.
하지만 최근엔 밤에도 어렵지 않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요즘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즐거운지 모른다. 앞으로도 쉽게 끝나지 않을 코로나 시국에 비교적 안전하게 사진을 즐기는 방법이 밤 사진이다.
요즘 종종 늦은 밤에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산책한다. 성수동은 외지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평일에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주말에는 20~30대 힙스터들이 무수히 몰려든다. 힙스터들의 힙욕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도 제어하기 어렵다. 낮에 성수동 거리로 나서는 일은 영 꺼려진다.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따지면 이 시국에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붐비는 성수의 낮 모습이 더 가치가 있겠지만 나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타입이 전혀 아니다.
그래도 근래는 평시보다 조금 일찍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듯하다. 그들이 힙하게 낮을 즐기고 떠난 성수동의 밤 거리는 이곳이 굴뚝없는 공장들로 가득하던 9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이 꺼진 성수는 힙하지도, 멋지지도, 세련되지도 않다. 그저 평범한 동네일 뿐이다. 물론 9년 전엔 카메라를 들고 성수동을 산책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수준이었음을 생각하면 약간의 과장이 섞였다고 볼 수 있겠지만.
밤에는 찍고 싶은 장면을 만드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낮에는 구도, 초점, 배경흐림을 통해 주제를 부각시켜야 한다. 반면 밤에는 만든다기보단 찾는 과정이다. 가로등, 상점 등에서 나오는 빛이 이미 어느 정도 찍을 수 있는 것과 찍을 수 없는 것을 가르고 있다. 그 중에서 내 느낌에 맞게 빛을 받고 있는 피사체를 탐색한다.
이렇게 또 밤 사진의 매력을 배우는 중이다. 모든 사진은 나름의 묘미가 있기 마련이니까. 나는 또 어두운 성수동을 배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