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안 가고 싶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가는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내 입과 코를 가리고 있는 마스크 때문에, 그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시즌이 시즌이니만큼 주변의 결혼식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렇다. 코로나도 봄가을이 결혼하기 좋은 시즌이라는 사실만큼은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결혼식이라는 행위를 매우 곤란하게 만들 수는 있다. 오죽하면 감사 인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혼주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와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했을까.
SIGMA fp + 85mm F1.4 DG DN | Art
아주 가까운 곳에 결국 결혼식을 미룬 사람도 있고, 미루게 될지 어떨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여가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게 ‘준비를 멈출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결혼식이라는 큰 일은 미루기도 어렵고, 손 놓고 있다가 여건이 된다고 바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헛수고가 될 수도 있는 준비를 똑같이 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는 100명 중 1명이나 있을까 싶다.
몇 달 전 후배 결혼식에 다녀올 때도 그랬지만 식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황 자체가 생경했다. 상황은 지금이 그때보다도 나빠서 더 철저하게 신경 썼다. 식이 진행되며 긴장이 풀려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신랑 신부를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다’라고.
생각해보니 아주 가까운, 절친한 이들의 결혼도 겪어왔지만 조금 어려서였는지 그저 ‘친구의 중요한 일’ 정도로만 느꼈던 것 같다. 게다가 오히려 결혼식이라는 것이 서로 고생하는 불필요한 의식 같은 기분도 들어서 한동안은 청첩장을 받으면 축하하는 마음보다는 ‘요즘 준비하느라 어지간히 힘들겠네’하는 쓸데없는 측은함부터 찾아오기도 했다.
SIGMA fp + 85mm F1.4 DG DN | Art
하지만 처음으로, 결혼식에 초대받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고 결혼식이라는 것이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감동적인 순간이 될 수 있음을 느꼈다. 부르고 싶다고 다 부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나와 여자친구의 자리를 남겨준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이 혼란 속에서도 누군가와 인생을 함께할 것임을 공표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래서인지 마음 한 구석이 센치해져서 매번 카메라가 있어도 찍지 않던 결혼식 사진을 조금 찍었다. 내 순서는 언제 오려는지 모르겠다는 고민으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