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다

책 속에 길이 있을까

by 윤슬작가

《숨》에 이어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만났다.


"개인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과학이 상상력을 발휘하여 인간을 돕는 차원에서 기술을 실현시킨다면 어디까지일까?"

"과학자가 표현해내는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이끌어가는 인문학적인 관점은 어디까지일까?"

수많은 수식어가 붙어 있는 테드 창의 작품을 덮으면서 스스로에게 던져본 질문이다.


테드 창의 작품은 '읽는 것'을 넘어 '상상하는 것'이며, '상상하는 것'을 넘어 '사유하는 것'을 필요로 했다. 그런 까닭에 단계적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번 작품은 사실 조금 어려웠다. 솔직히 《숨》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읽으면서 바로 이해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단편이 몇 개 있었다. 수학과 과학적 배경지식의 부재는 감탄해야 할 지점에서 감탄사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과학을 표면적으로 내세웠다고 해도 언어학에 대한 깊이 있는 전개는 진땀을 빼면서 따라가기에 바빴다. 헵타 포드의 일곱 개의 다리에 간신히 매달려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읽고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에 수시로 행간 사이에서 방황했다.


하지만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만족감이 컸다. 무엇보다 탁월한 스토리가 좋았다. 과학이라고 하는, 우주라고 하는, 거대한 세계에서 지금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땅으로의 회귀, 내가 숨 쉬면서 살아가는 세계로의 이동 방식은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한 방식이었다. 또한. 자연이나 우주를 이해하는 일이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결코 이질적이지 않다는 통찰의 전개는 소름을 돋게 했다. 아주 정밀하면서도 세밀한 터치로 완성한 하나의 그림 같았다. 마치 '마법'을 통해 완성한 것 같은데, 타당한 논리 앞에 저절로 완성한 '과학'이었다.




바빌론의 탑. 바벨탑 신화에 관한 이야기에서 출발했다는 테드 창의 작품이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꼬박 일 년이 걸렸다는 친구의 이야기에 강한 인상을 받고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힐라룸. 그는 야훼를 영접할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왜냐하면 바벨탑의 꼭대기. 하늘의 천장을 뚫고 저수지를 지나 헤엄쳐 나왔으니까. 그리고 그는 도착한다. 바로... 고비 사막에.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원통형 인장. 부드러운 점토판 위에서 그림이 새겨진 원통형의 인장을 대고 굴리면 원통이 남긴 자국은 하나의 그림을 형성한다. 점토판 위에서는 각자 반대편에 서 있는 두 인물도 원통 표면에서는 나란히 서 있을 수 있다. 세계는 이처럼 원통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p.51





이해. 리언과 레이놀즈. 뇌 손상 치료를 위해 시작된 호르몬 K 요법은 그들에게 불가항력의 힘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한 사람은 미를 추구하고 또 한 사람은 인류를 추구한다. 최고의 수준에 오르려는 두 사람은 서열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한 명은 붕괴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레이놀즈는 리언을 향해 말한다.

"이해해"


시뮬레이터를 구축하는 나 자신. 이 방어 구조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나는 문제의 게슈탈트를 인식할 수 있는 관점을 획득했다. 그가 나보다 더 독창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의 계획에는 분명 좋은 징조이다. 구세주에게는 심미주의보다는 실용주의 쪽이 훨씬 더 쓸모가 있다. 세계를 구원한 후 그는 무엇을 할 작정일까. 나는 '말'을 이해하고, 그것이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한다.

고로, 나는 붕괴한다. p.116



영으로 나누면. 칼과 르네. 육 년의 결혼 생활 끝에 칼은 르네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더 이상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정의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르네의 고백과 동시에 칼은 르네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고, 그녀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털어내지 못하는 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수학의 명제가 현실에 관한 어떤 설명을 제공하는 한 그것은 불확실하며, 명제가 확실하다면 그것은 현실을 묘사하고 있지 않다." p.145



네 인생의 이야기. 루이지와 게리. 그리고 외계인 헵타포드. 헵타포드의 언어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던 루이지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게 되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앞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그리고 딸의 죽음까지도. 그런 상황에서 루이지는 사랑하게 된 사람, 딸의 아빠가 될 사람에게 질문을 받는다. "아이를 가지고 싶어?" 그녀는 대답한다. "응"


이 순간부터는 내게 남겨질 것은 오직 헵타포드의 언어밖에는 없어. 그래서 나는 주의를 기울이고, 그 어떤 세부도 놓치지 않을 작정이야.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 이런 의문들이 내 머리에 떠오를 때 네 아버지가 내게 이렇게 물었어.

"아이를 가지고 싶어?" p.230



일흔두 글자. 다섯 세대 후에는 남성 태아는 더 이상 정자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고 여성 태아는 난자를 가지고 있지 않을 거라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내려는 필드 허스트. 인간 손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재현해내는 자동인형을 만들어낸 스트랜튼. 그들이 만났다.


인간은 그 이름의 산물인 동시에 그 매개체가 될 것이다. 각 세대가 내용물인 동시에 그릇이 될 것이며,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반향 과정 속의 메아리로서 기능할 것이다. p.309




인류 과학의 진보. 메타인류 과학의 성과에 위협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표현은 정확한 표현일까?

해석학은 과학적 탐구를 위한 적절한 방식 중 하나이며, 독창적인 연구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지식 체계를 증대시킨다. 게다가 인류 연구자들이 메타인류가 간과한 응용 방법을 찾아낼 가능성도 있다. 너무나 큰 우위를 점하고 있는 탓에 메타인류는 우리 인류의 관심사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종류의 지성 강화 요법, 이를테면 인간이 자신의 정신을 메타인류에 필적하는 레벨까지 점진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종류의 연구가 하나 있다고 치자. 이런 요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우리 종種의 역사에서 생겨난 가장 큰 규모의 문화적 간극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은 메타인류에게는 아예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가능성 하나만으로도 인류의 연구를 존속시켜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우리는 메타인류 과학의 성과에 위협을 느낄 필요가 없다. 메타인류의 존재를 가능케 한 과학기술은 본래 인류에 의해 발명된 것이며, 그들이 우리보다 더 똑똑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p.316




지옥은 신의 부재. 사랑하는 아내 사라가 죽었다. 닐은 사라를 만나고 싶어 한다. 천사의 강림을, 천사의 빛을 보고 싶어 한다. 재니스. 그녀는 천사의 강림과 함께 다리가 없는 상태로 태어난다. 그녀는 신의 사명을 이해하고 신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날 그녀 천사 라시엘의 강림을 목격하면서 멀쩡한 두 다리가 생겨난다. 그녀를 찾아온 대혼란.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자신을 더 큰 운명으로 이끌어줄 천사의 강림을 기다리는 이선. 바람처럼 그는 천사의 강림을 목격하지만 그의 삶에는 변화가 생겨나지 않았다. 그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의견이 필요했다.


닐은 그를 자살적인 무모함으로 몰아간 깊은 슬픔에 관해, 죽기 전 사라가 경험했을 고통과 공포에 관해 생각했지만, 여전히 신을 사랑했다. 자신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랬던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이유에서였다. 닐은 과거의 모든 분노와 갈등과 해답을 얻고 싶다는 욕망을 버렸다. 지금까지 참고 견뎌온 모든 고통에 대해 감사했고, 이것들이 실은 선물이었따는 사실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쳤으며, 자신의 진정한 목적에 관한 통찰력을 부여받았다는 사실에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꼈다. 닐은 생이 어찌하여 과분한 은총인지를 이해했다. 어찌하여 가장 선한 사람들조차도 이 인간계의 영광을 받을 자격이 없는지를 이해했다. 닐은 고민하게 했던 모든 신비가 이제 풀렸다. 삶은 사랑이며, 고통조차, 아니 고통이야말로 사랑이라는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침내 몇 분 후 닐이 출혈 과다로 사망했을 때, 그는 진정한 구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그를 지옥으로 보냈다.

이선은 이 모든 광경을 목격했다. p.360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남겨둔 페이지. 남겨둔 약속




<당신 인생의 이야기> 창작 노트에 이런 글이 있다.

"인내심을 가지도록.

제군의 미래는 제군을 잘 알고 있으며, 제군이 어떤 인간이든 간에 사랑해 주는 개처럼, 제군의 발치로 달려와 드러누울 것이므로"

니체가 "아모르파티"를 통해 오늘을 살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면, 테드 창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통해 앞으로 살아갈 우리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최악의 경험을 하게 될지, 최고의 환대를 받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무정의의 상태에서 기억하지 못하는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오늘이 가장 놀라운 선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철저하게 과학자의 입장에서 전통적이지 않는 방식으로 인문학적인 관점을 선사한 테드 창에게 놀라움과 존경심을 보내고 싶다.


by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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