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의 이데올로기적 사고방식을 경험한 그는 누구보다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고, 심리학, 임상심리학에 이어 종교심리학과 성격심리학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얻기 위해 꾸준한 연구를 이어왔다. 정신적, 심리적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치료하는 일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장애로부터 자유롭다고 얘기하는 이들에게 '도덕성'과 '책임'을 강조할 만큼 삶의 의미에 대해 누구보다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번 <질서 너머>은 '쿼라Quora'에 올라온 '누구나 알아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한 42개의 목록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누구나 알았으면 하는, 혹은 알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조던 피터슨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터슨 열풍'을 일으켰던 그의 두 번째 작품 <질서 너머>.
열풍에 동참했던 한 사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펼쳤다.
서문에서 조던 피터슨의 개인적인 아픔을 언급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병마와의 싸움. 딸의 아픔을 넘어 아내의 말기 암 진단까지. 4년 전 <인생의 12가지 법칙>이후부터 <질서 너머>까지 신체적 자가면역은 물론, 정신적 면역체계가 완전히 붕괴되는 경험을 겪었다.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는, 두려움과 공포의 시간이 그의 일상을 덮쳤던 것이다. 질서를 유지하고 있던 그에게 "혼돈"의 세계가 찾아왔고, 혼돈은 그를 집어삼킬 분위기였다고 한다. 기적적으로, 아니 사랑으로, 아니 운명적으로 그는 흰 수건을 던지지 않게 되었고, 불완전한 세계로부터 다시 질서의 세계로 귀환할 수 있게 된 조던 피터슨. 그는 얘기한다.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만일 내가 억울함이나 분함에 사로잡혔다면 나는 영원히 소멸했을 테지만, 천만다행으로 그런 운명은 피했다고"
개인적으로 <12가지 인생의 법칙>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열풍에 걸맞은.
거기에 비하면 <질서 너머>의 경우는 우리가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없었지만, 새로운 것, 낯선 것,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질서 너머>는 건강한 혼돈, 예측할 수 있는 업데이트, 책임감을 통한 자발적 성숙, 양심과 도덕성에 대한 신뢰, 과거와의 명쾌한 관계 개선, 부부 사이의 낭만, 인생은 고통이라는 것에 대한 이해와 그로부터 생겨나는 용기와 감사에 관해 챕터를 나눠 1장부터 12장까지 법칙의 형태로 구성하고 있다. 이번 책 역시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 같다. 질문이 있다면, 질문에 대답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문장이 있다면, 그곳에서 시작해도 충분해 보인다. 나 역시 그렇게 읽었다.
법칙 7.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법칙 9.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기억이 있다면, 아주 자세하게 글을 써보라.
법칙 12.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그러다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법칙 1.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법칙 2.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법칙 3. 원치 않는 것을 안갯속에 묻어두지 마라.
법칙 4.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법칙 5.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법칙 6.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법칙 8.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
법칙 10. 관계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성실히 계획하고 관리하라.
법칙 11. 분개하거나 거짓되거나 교만하지 마라.
이번 <질서 너머>의 매력은 이미 그가 밝힌 것처럼, 삶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강조가 많다. 예를 들면 "책임감"같은 것들이다. 삶을 즐기는 것에 대한 얘기를 반복할 뿐, 삶에 대한 진정한 책임감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든, <질서 너머>에서는 그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생에는 고통이 따르며 그것에 대한 책임을 필요로 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강인함을 유지하여 "잘 살아내는 것"이 예의다!
쉬운 길이 아닌 "어려운 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사랑과 감사"가 묻어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조던 피터슨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그가 바라보는 곳이 내가 바라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스스로 어떤 것을 믿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나를 찾아온 일을 통제하고 관리하는지, 삶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 그런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무엇보다 이번에 출간한 <마인드>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를 믿는 사람이 남도 믿을 수 있다"
"나를 믿기로 마음먹은 순간, 모든 가능성은 높아졌다"
스스로를 믿는 마음, 가능성, 시도, 두려움, 공포, 책임, 사랑, 감사. 표현만 다를 뿐, 그가 가리키는 방향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조금 더 확신이 서고, 명료해지는 기분이었다. 스스로를 믿는 마음으로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믿어주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의 서랍을 자꾸 열고, 닫게 만드는 작품 <질서 너머>, 가지런하게 정리된 느낌에 이제는 서랍을 닫아도 될 것 같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왜 <질서 너머>인가? 그 답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질서는 탐구된 영역이다. 우리가 적절하다고 여기는 행동으로 목표하는 결과를 얻을 때 우리는 질서의 영역 안에 존재한다. 우리가 그런 결과를 긍정적으로 여긴다는 것은, 목표를 이룸으로써 욕망하는 것에 더 가까이 다가갔으며 세계에 관한 우리의 이론이 여전히 흡족할 정도로 정확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질서정연한 모든 상태는 비록 편하고 안전하긴 해도 나름의 결함이 있다. 세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불완전하다. 우리 인간은 광대한 미지의 세계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고집스러우리만치 맹목적인 데다 세계가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끊임없이 예상 밖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면서 우리는 경솔하게도 모르는 모든 것을 고려 대상에서 제거해버린 까닭에 그 질서는 곧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그런 시도가 도를 넘는 순간 전체주의가 고개를 내민다.
전체주의는 원칙상 완전한 통제가 불가능한 곳에서 완전한 통제를 이루려고 할 때 동력을 얻는다. 그러고는 쉼 없이 변하는 세계에 적응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모든 심리적. 사회적 변화를 가차 없이 제약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질서 너머 혼돈의 영역으로 나아갈 필요에 부딪힌다. 우리가 힘들게 얻은 지혜에 따라 행동할 때 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 질서라면, 혼돈은 우리를 둘러싼 잠재적 가능성들이 우리의 예상이나 시야 밖에서 뚫고 튀어 오르는 것이다.
질서의 상태와 혼돈의 상태와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그걸 따지는 건 잘못된 관점이다. 그럼에도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는 어떻게 하면 과도한 혼돈의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에 더 많은 비중을 뒀다. 하지만 전작과는 달리 안전과 통제가 지나쳐서 발생하는 위험을 어떻게 피해야 유익할 수 있을까를 핵심 주제로 삼는다.
- <질서 너머>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