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덕분에 덤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가 필요한 시간

by 윤슬작가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와 함께 밖으로 나온 일은 잘한 것 같다.


2014년 7월, 아래층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서 미니 강연과 체험을 시작했다. 가능성은 제쳐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오던 우리는 한번 도전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일주일을 번갈아가며 체험수업, 강연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집에서 진행하는 체험, 강연 수업에는 어려움이 따랐고, 동네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우리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공간을 찾기로 결심한다. 다행히 마음 착한 커피 사장님을 만났고 몇 달간 그곳에서 다양한 강연과 체험을 진행했다. 연말에는 강연과 체험에 참여한 분들과 함께 파티를 열어 대화도 나누고,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의미 있게 마무리를 했다. 그렇게 얼마쯤 보냈을까. 어디에서 용기가 솟았는지 모르겠지만 친구와 함께 2015년 초등학교 앞 2층에 작은 공간을 오픈했다. 공간은 작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나름 명확한 편이었다. 복합문화공간, 체험과 강연이 있는 공간, 이름하여 <클럽 공감>. 그리고 그곳에서의 2년간의 생활이 끝났을 때 지금의 공간으로 옮겨왔다. 강연 체험 카페, <공감앤카페>라는 이름으로.


아주 가끔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처음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


아래층에 살던 친구의 집이 아지트 역할을 해주었다. 점심을 먹은 후 친구와 함께 믹스커피를 마시는 날이 많았다. 친구는 2008년 이사를 오면서 알게 되었는데, 나이도 똑같고, 큰 아이 나이도 같다 보니 친구가 되었다. 위, 아래층에 같이 살고 있다는 것도 한몫했던 것 같다. 친구는 영어 과외를 하고 있었고, 나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늘 집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괜찮으면 두런두런 얘기 나누기를 즐겼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경계 없이 넘나들었고, 둘 다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둘이 자주 했던 표현처럼, 만리장성을 쌓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내 기억에는 그렇다. 그날도 비슷했던 것 같다. 잠깐의 기억이지만, 친구와 휴직 중이던 친구 여동생, 그리고 나 셋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떤 흐름에 몸을 맡겼는지 모르겠지만, '모험을 해보자'라는 쪽으로 얘기가 나왔고, 바람에 몸이 떠밀린 것처럼 나 역시 '그럴까? 그렇게 좋지'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하여간 기운 넘친 아내들의 반응에 의아해하면서도, 남편들은 동의를 해 주었고,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자잘한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벽에 페인트를 바르고 있었고 냉장고에 물건을 채우고 있었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책장에 책을 쌓고 있었다.


우리가 붙잡은 키워드는 <공유, 소통, 성장>이었다. 친구는 세라믹 페인팅, 나는 독서와 글쓰기를 기본 테마로 하고 일일체험 방식으로 다양한 체험, 강연을 열었다. 한 주는 체험, 다음 주는 강연, 그다음은 체험, 그리고 강연 이런 식으로 한 달에 4번의 프로그램을 돌렸는데 2년 동안 100회를 넘겼다. 변호사 초청, 한국사, 부모교육, 진로, 심리상담사 등의 전문가를 모셔와 강연을 열었고, 캘리그라피, 미술, 꽃꽂이, 프랑스 자수, NIE, 난타, 우쿨렐레 등 체험수업도 모든 인맥을 동원하여 진행했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사연을 만났다. 누구 얘기처럼 문화센터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공유, 소통, 성장>을 바탕으로 열정에 기름을 부어줄 수 있는 공간, 개인적의 삶에 대한 애착을 마련해 주는 공간, 성장과 학습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 서툴지만 최선을 다했었다. 2018년 <공감앤카페>라는 이름으로 지금 생활하는 곳으로 옮겨왔을 때도 처음에는 기존의 방식을 유지했다. 일일체험을 넘어 4주, 8주, 12주처럼 일정 기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좌가 많았다. 하지만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변수가 존재한다고 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범위였고, 경제적 문제를 제쳐두고 체력적, 심리적 한계와 부딪쳤다. 거기에 작년에는 코로나까지 겹쳐졌다. 친구와 나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몸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기로 했다. 지금은 친구는 친구대로, 나는 나대로 역량을 강화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일을 보다 더 구체화시키는 일, 명료화시키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친구는 <J 세라믹 카페> 업무에 보다 더 힘을 쏟고 있고, 나는 <윤슬 타임, 윤슬 책방, 도서출판 담다>일을 잘 수행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처음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

아주 약간의 용기와 주위에 함께 도전해 준 친구가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시작에는 친구와 나눈 수다가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혼자였다면 나는 조금 더 숙성을 해야 한다고, 아직은 멀었다고 달력을 넘기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라면 모르겠지만, 그때의 나는 분명 그랬을 것이다. 조금 더, 조금 더. 나중에, 나중에. 친구 덕분에 덤벼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와 함께 밖으로 나온 일은 잘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 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요즘이다. 그 감사함에는 언제나 함께 시작해 준 친구가 있다.


친구야, Thank you!


-기록디자이너 윤슬




<나도 기록 디자이너 6기> 수업 시간에 진행된 글쓰기 훈련 15분.

저도 한번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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