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이 스스로 길을 만들 수 있도록

by 윤슬작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살펴보면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이성의 동물이라고 믿고 싶지만, 감정이라는 코끼리에 올라탄 기수라는 표현이 더 명확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좋은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감정은 생각에 영향을 주었고, 생각은 행동에 영향을 주었으며 행동은 나의 순간과 일상에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


스스로를 믿는 힘을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는 긍정성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내 안의 긍정성을 신뢰하고 좋은 감정을 만들거나 유지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접촉사고로 화가 치밀어 오른 상태에서 누군가와 일을 해야 하거나 관계를 형성해야 할 때 온화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마음에도 없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나갈 수 있고,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말투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화가 치밀어 올랐다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흔히 얘기하는 '마음 챙김'의 단계로 이동시켜야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거나 자리를 옮겨본다거나 커피를 마신다거나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운다거나 물을 한 컵 마시는 것과 같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현재 어떤 감정에 도달해있는지 확인하고 환기시키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알아차리는 것도 쉽지 않고, 알아차린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환기시키는 방법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나가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감정을 다독여 스스로를 돕는 방향으로 이끌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 우리는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배웠다고 해도 이분법적으로 이해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배웠다. 즐거움, 기쁨과 같은 감정은 좋은 것으로, 우울, 분노, 슬픔과 같은 것은 나쁜 것으로 이해하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웠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분이 서툴고 수시로 충돌이 일어난다. 좋은 것을 좋다고 표현하는 일도 그렇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었던 것 같다. 동전의 양면처럼, 빛과 그림자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의 감정과 부정의 감정이 동시성을 발휘하며 기억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말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나쁜 상황이 있어도 나쁜 감정은 없었다. 감정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었다. 알아차림의 대상이었고, 이해의 대상이었으며, 올바른 이해를 통해 상황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감정으로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면 핵심이었다. 감정을 외면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는 방식은 상황을 이해하는 일에도, 보다 나은 쪽으로 상황을 만드는 일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게 사실이 같다. 그런 까닭에 더욱 긍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긍정적이지 않더라도,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마음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면 '아, 화가 났구나' 또는 '부정적인 감정에 둘러싸였구나'라고 먼저 알아차려주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어 더 부정적인 상황, 부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지 않도록 말이다. 긍정성을 발휘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이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의 종류는 다양하다. 슬픔, 분노, 기쁨, 좋음도 있지만 공감이라는 것도 있다.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에 공감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공감 능력을 발휘해보자.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 말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알아차려주어 자연스럽게 소멸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부정적인 감정이 스스로 길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자.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일어난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생겨난 감정을 없는 것으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더 나쁜 상황을 피할 수는 있다.

최악의 경험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감정도 생로병사를 겪는다.


-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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