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생태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여사가 라다크 언어를 연구하기 위해 그곳에 방문한 후 16년 동안 함께 생활하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리한 책이다. <오래된 미래>는 전통적인 가치를 인정하고 공유하던 라다크가 서구 문명과 만나기 시작하면서 개발과정이 진행되고, 라다크가 산업화, 세계화 과정을 겪으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호지 여사가 라다크의 친구, 동지의 입장에서 소개한 책이다. 라다크적인 전통과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그녀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것들 중에서 우리가 애써 지켜내야 하는 것이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오래된 미래>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전통, 2부 변화, 3부 미래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1부에서는 라다크의 전통을 소개하고 있다. 자연친화적이며 공동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그들의 유대관계, 공동체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화를 내는 것"에 대한 의문과 경계였다. 그들은 '화를 내는 것'은 부끄러운 행위로 간주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한 의문과 성찰이 자연스러운 민족이었다. 라다크는 불교와 이슬람이 공존하면서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고, 자발적 중재와 책임의식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행복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성의 지위도 낮게 평가되지 않았고, 서로를 향한 유대관계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2부는 변화인데, 그런 라다크에 서구 문명이 들어오면서 서구식 개발이 이루어진다. 자연스럽게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개인화가 생겨났고 빈부격차로 인한 양극화 현상을 라다크도 피할 수 없게 된다. 화를 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던 라다크 사람들은 공격적인 모습으로 변해갔고, 자발적 중재와 책임의식은 소멸되기 시작한다. 사회구조에 대한 순응과 최소한의 책임 의식이 라다크적인 것을 서서히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들은 조급해졌으며, 자신의 전통을 열등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며, 불교와 이슬람교의 갈등은 높아졌고, 더 이상 마음의 평화를 최우선 가치로 삼지 않게 않았다.
그렇게 라다크적인 것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호지 여사는 비단 라다크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3부에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녀의 제안은 "조화"이다. 과거를 고집하고 미래를 피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가 아니라 라다크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의 조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이분법적인 사고의 전환을 제안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역적인 것, 자연적인 것, 친화적인 것을 추구하는 방식을 통해 개개인의 삶이 질이 높아지는 것에 개발, 문명, 기술이 보탬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단기적인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한 선택을 통해 세계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그러한 개발과정 자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쉽지 않은 것은 맞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수치적, 정량적, 단기적 결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더라도 전체적이며 총체적인 관점에서 가설을 검증하고 결과를 재검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라다크에서 그녀가 진행하고 있는 라다크 프로젝트, 그녀의 생각을 실현시키는 프로젝트이다. 그 모습을 보며 '진짜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확장하여 그녀의 시선에서 나와 내가 하려는 일까지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라다크적인 것과 세계화적인 것의 조화.
나와 세계의 조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나름의 연구를 이어나가야겠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