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생 얼굴 볼 시간이 없네

by 윤슬작가

"우리 동생 얼굴 볼 시간이 없네"


학교를 마치고 독서실에 다녀온 첫째가 집에 오자마자 한 말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첫째, 중학교에 입학한 둘째, 사이가 제법 좋은 아이들이다. 둘이 한 편이 되어 엄마, 아빠와 대결도 하고, 아주 가끔은 둘째가 첫째한테 엄마 대신 잔소리를 듣는 날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이다. 예전에는 둘이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로 영화를 보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집안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모의고사, 중간고사와 같은 시험이 첫째를 기다리고 있었고,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의 일상은 아주 단조로워졌다. 좀처럼 리듬감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다 보니 첫째와 둘째가 만날 시간 자체가 사라져가고 있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는 날이 토요일 아침이다. 유일하게 같이 얼굴 보면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는 날이다.


"우리 동생 얼굴 볼 시간이 없네. 자는 모습이라도 한번 볼까?"


가방을 두고는 둘째방에 가서 잠깐 얼굴을 보고 나오는 뒷모습을 지켜보는데 마음이 안쓰러웠다. 그러면서 갑자기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공부가 뭘까? 시험이 뭘까? 대학 입학이 뭘까?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여러 물음표가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정말 "뭣이 중헌디?"라는 영화 대사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아이와 함께 자란다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인생에 대해, 공부에 대해 물어오면 엄마가 생각하기엔 "이런 것 같아"라고 얘기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날은 나 역시 물음표가 생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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