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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작가 Apr 29. 2021

퇴고, 진짜 어려운 것은 따로 있었네요

글쓰기를 할 때 퇴고를 빠뜨릴 수 없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초고를 쓰는 것, 원고를 완성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떻게 글을 전개해나갈 것인지, 마무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글을 쓰는 내내 잘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 것인지 자꾸 반문하게 된다. 그러면서 얼른 초고만 끝나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하지만 퇴고를 진행해본, 혹은 진행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퇴고, 진짜 어려운 건 따로 있었네요! 초고는 일도 아니었네요. 퇴고, 장난 아니에요."


퇴고를 두고 고쳐쓰기라고 표현한다. 문장을 다듬고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퇴고는 문장이나 글을 다듬는다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것에서 세부적인 방향으로 원고 전체를 단계적으로 손본다고 생각해야 한다. 책을 쓰기 위한 원고라면 책의 주제, 개별 챕터의 주제, 핵심 메시지와의 연관성, 갑작스러운 전환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인지 살펴보면서 글, 문단, 문장, 단어의 순으로 고쳐 나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쳐 쓰는 게 아니라 다시 쓰는 경우가 많다. '이건 완전히 갈아엎는 일이에요'라는 탄식이 쏟아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요즘 퇴고를 진행하는 팀이 몇 개 있다. 1차를 거쳐 2차를 진행한 팀이 있고, 1차 퇴고를 진행하는 팀도 있다. 퇴고를 진행하면 초고를 완성하면서 얻은  자신감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과연 내가 잘 쓸 수 있을까, 다시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분명하게 얘기하면 이 부분에 퇴고의 매력이 숨어 있다. 글의 완성도, 생각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퇴고에 글쓰기의 진짜 매력이 숨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퇴고를 진행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반복적으로 만나는 질문이 있다. 이 글에서 전하고 싶은 나의 생각이 무엇인지, 사실과 감정을 구분하면 어디까지인지,  강요인지 설득인지, 스스로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쓴 글인지, 그냥 날것의 감정을 나열한 것인지, 쏟아지는 질문에 대한 스스로 대답을 하면서 모호한 것은 분명한 것으로, 분명한 것은 보다 명확한 것으로 다듬게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생각이 자라고, 글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에 퇴고의 진정한 가치가 숨겨져있다. 퇴고를 진행할 때는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최소 2번은 진행한다.  


 퇴고는 천천히 쓰고 빨리 고치는 것보다 빨리 쓰고 천천히 고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글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퇴고를 한번 진행한 글과 두 번 진행한 글은 완전히  다르다. 퇴고는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군더더기가 빠져나가고, 간결한 글이 된다. 글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생각이 깊어지고 퇴고를 두고 다들 힘들다고 하소연하지만 나중에 퇴고를 끝내고 하는 말은 항상 똑같았다. 


"퇴고가 진짜 어렵지만, 퇴고를 하고 나면 글이 달라져요. 퇴고,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퇴고, 어렵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행위도 없는 것 같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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