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오래된 건물의 작은 사무실, 그러니까 5평에서 10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남편이 사업을 시작했다. 괜찮아 보이는 직장, 연봉을 뒤로하고 '윈클리니'라는 아이디어 제품으로 용기 내어 시작했다. 윈클리니, 이제는 제법 브랜드도 알려지고, "창문을 열고 닦으면 청소 끝"이라는 말에 "아하!"라고 반응을 보이지만, 처음에는 브랜드도 알려지지 않았고, 청소방법을 이해시키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행사를 나가면 유리창을 들고나가 함께 열심히 홍보해야만 했다. 그러고는 다른 날에는 사무실에서 함께 제품을 만들었다. 가끔 남편이 출장을 가거나 일이 생기면 혼자 하루 종일 제품을 만들고, 택배를 보내고 왔는데 밑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집에 가져와서 일하기도 했다. 아주 가끔은 오래전 기억의 한 장면처럼 친정엄마가 마늘과 밤을 깎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윈클리니로 사업을 시작하고 7년 차. 그동안 사무실을 몇 번이나 옮겼다. 계약 기간이 만료가 되면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윈클리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함께하는 사람도 늘어나 이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남편의 사무실을 찾는 일은 사라졌다. 지금 있는 사무실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었고 또다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러 고민 끝에 집에서 많이 멀지 않은 곳을 다시 계약했다.
"아무래도 도배는 직접 해야겠어"
'어쩌면'이라고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비용이 계속 추가적으로 생겨났고, 뭐든 가능하면 스스로 해결하려는 남편이라 오래간만에 등장한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외면할 말이 나올 거라고.
"그래도 일단 갈 때는 놀러 가는 분위기로 가는 거지?"
"오전 시간만 하면 되지 않을까? 끝나면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가야지"
"그러면 좋기는 한데, 음... 오전에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
도배. 낯선 작업이 아니다. 집에서 아이들 방 도배도 했었고, 친정집 도배, 시댁 도배도 했었던 터라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쓰레기를 버리고, 밖에 옮겨놔야 할 것들이 있어 오전 안에 끝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일단 나머지 저 멀리 생각은 던져놓고, 열심히 풀칠했다. 풀칠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처럼.
여기서 잠깐, 도배 Tip 물과 풀을 적당히(걸쭉하게 만든 다음), 도배지에 바르면 되는데, 일단 사이즈가 큰 종이를 먼저 깔고 그 위에 작은 사이즈를 올려 풀을 발라 먼저 작업하는 게 좋다. 특히 이번처럼 바닥이 더러운 경우에는 신문을 벽지 길이보다 약간 더 여유 있게 한 다음, 테이프를 붙여 고정해두는 게 좋다. 풀을 바른 다음 중심을 기준으로 양쪽에서 한번 접고, 다시 한번 더 접어두면 작업할 때 조금 쉽다. 이번에 새롭게 알았는데, 판넬에 도배를 붙이는 작업은 조금 달랐다. 오공 본드나 접착제를 활용하는 게 좋다.
도배를 끝내고 나니 오후 1시.
"배고파서 팽글팽글 돌겠어. 밥 먹고 와서 다른 일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럴까?"
사무실에 조금 내려오니 국밥집이 있었다. 역시 몸을 쓰고 난 후의 밥맛은 무엇이든 꿀맛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재활용품 가게가 문을 열었는지 잠시 들렀지만 일요일이라 문이 열려있지 않았다. 예전에는 재활용품을 사는 것에 대해 불편한 느낌이 많았는데 요즘은 달라졌다. 재활용품도 깨끗한 게 얼마나 많은지 놀랄 때가 많다.
"다른 날 다시 와야겠는데?"
"그래야겠네!"
다른 날 다시 오기로 하고 가게를 빠져나와 동네 구경이라도 할 요량으로 조금 움직였더니 카페가 눈에 띄었다.
"잠시 쉬면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갈까?"
"좋지!"
밥을 한 그릇 뚝딱했는데도 티라미수가 끌리는 이유는 뭔지 모르겠지만, 달달한 티라미수에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켰다.
"와. 좋다. 여기 완전 딴 곳 같아!"
"이국적인데!"
"분위기 진짜 좋다..!"
30분, 1시간 정도 앉아있었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잠깐이지만 다른 곳에 여행 온 느낌이었다. 초록 초록한 풍경이 마음은 편안하게 했고, 햇살과 적당한 조화가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를 잊게 만들었다. 남편과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서 멋진 건축물도 몇 개나 지었다.
카페에서의 짧지만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사무실 정리를 마무리했다.
모든 정리를 끝내고 난 시각이 "오후 5시"
"역시... 오전엔 끝내기엔 어려울 것 같더라니까..."
"(웃음) 진짜... 다행이다. 카페라도 다녀와서..."
"지금 카페로 퉁치는 거지?"
차에 몸을 실었을 때의 시각은 오후 5시였다.
여전히 하늘은 파랬다.
그리고 남편의 사무실은 하얬다.
남편의 얼굴은 맑음이었다.
나의 마음 또한 맑음이었다.
모든 것이 적당히 파랗고 맑은 하루였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