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스크린 골프장에 놀러 간다

by 윤슬작가

골프를 못 치지만 남편과 함께 스크린 골프장에 놀러 가곤 한다. 두 달에 한 번 정도 될까, 일 년에 10번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숫자는 언제나 상위권이다. (알만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골프는 숫자가 적을 수록 잘하는 것으로, 숫자가 높다는 것은 아주 못 한다는 의미이다) 20년 전 운이 좋아 골프를 배우게 되었고, 결혼 전 몇 번 라운딩 나간 것이 전부이다. 결혼 후에는 딱 한 번 라운딩을 갔었는데, 그것도 십 년 전의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골프 실력을 얘기하기 전, 그립 잡는 것도 헷갈려 갈 때마다 새로운 그립법을 창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서 운동 후 맥주 한 잔을 위해 스크린 골프장에 놀러 간다. 지난 주말, 오래간만에 방문했더니 '100'이 나왔다. 100점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게 집에 왔던 기억이 난다. par를 2개 했다는 것만 기억하기로 결심하고, 나머지는 모두 잊었다.


스크린 골프장에 갈 때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실력도 부족한데, 연습도 부족하면서 꿈은 컸다. 조금이라도 잘 쳤으면 좋겠다, 숫자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멀리건을 쓰지 않고 기록을 세워봐야지, 욕심이 하늘을 찔렀다. 그렇지만 팩트를 체크하고, 상황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한 이후부터는 마음을 다르게 먹고 있다.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생겼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잖아'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거기에 스크린 골프장에서 받는 인생수업도 나쁘지 않다. 배운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과한 욕심 없이 한 홀, 한 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엉망으로 하더라도 마지막 18홀에 가서 파 또는 버디를 하면 모든 것이 좋게 기억될 수 있다는 것,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배운다.


'모든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드라이브가 엉망이 되어도 아이언으로 열심히 따라가면 된다.'

'드라이브가 멋지게 되더라도 퍼터가 안 되면 결과가 이상해질 수 있다.'

'처음이 잘 되어도 뒤가 엉망이 될 수 있고 처음이 엉망이어도 뒤에 잘 될 수 있다.'

'만루 홈런이란 말도 그냥 있는 말이 아니다. 끝은 알 수 없다.'


나름대로 스크린 골프장에서 배운 가르침이다. 그러고 보면 골프 선수들의 멘탈은 정말 '갑'인 것 같다. 나는 작은 스크린 골프장에서 멘탈을 다듬는 일로 쩔쩔매는데, 그들은 주변의 시선, 부담, 스스로에게 넘긴 책임감까지 한데 끌어모아 한 홀씩 헤쳐나가는 모습이 실로 대단한 것 같다.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성적이 엉망이었지만, 마지막에 파를 했었다는 기억 하나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끝이 좋으면 모두 좋다? 그런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좋은 추억을 가진 느낌과 함께 '모든 것이 완벽하게 멋지지 않더라도, 좋은 추억 몇 가지로 인해 전체적으로 괜찮은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나는 스크린 골프장에 놀러 가는 것이 좋다. 성적과 상관없이, 결과와 상관없이 좋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실험해볼 수 있어서 좋고, 내가 놓친 것들을 새롭게 떠올릴 수 있어서 좋다. 가끔 100점 말고, 80점이나 90점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숫자에 목숨 걸 생각은 없다. 골프 선수가 될 계획은 애초부터 없으니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어떤 스토리를 만드는 일에 내가 참여했는가'니까.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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