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데에만 집중한 탓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나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기도 전에 직장을 바꾸는 사람도 있다. 그 일이 나에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좋은 인내를 갖추라고 조언하고 싶다. 요컨대 좋은 인내와 나쁜 인내를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를 좋아하시냐?"라는 질문에 대해 "네"라고 선뜻 대답하기는 어렵다고 얘기하면서도 "이 일을 안 하면 못 살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도다 도모히로의 「내가 일하는 이유」에 나오는 글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냥 좋아서, 일단 해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컸던 거 같아요. 이걸 하지 않고 다른 것을 상상하는 건 어려웠어요."
독서모임, 글쓰기 수업, 책 쓰기 수업은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진행한 것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것이어서 해 보았고, 하다 보니 조금 더 잘하고 싶어졌다. 인정이나 평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로 인해 이어나갈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가 아니었기에 애초에 범주에 넣지 않았다. 성공을 보장한다거나, 이렇게 하면 더 나을 텐데라는 조언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스로 어느 정도 많은 부분이 명확해질 때까지 외부의 판단과 조건은 잠시 미뤘다. 참고를 계속 참고하다 보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았다. 내 생각, 그냥 해 보고 싶다는 마음까지 모두 놓치게 될 것 같았다.
지금까지 경험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살아온 나는 '일단 한번 해보자'가 모든 일의 출발점이었다. 등단을 위해 원고를 투고할 때도, 블로그에 글을 시작할 때도, 방송통신대학에서 교육학과 공부를 시작할 때도, 친구와 함께 공감앤카페를 시작할 때도, '담다'라는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일을 시작할 때도, 모든 일은 어떤 확신과 보장을 담보로 한 것이 아니라 '일단 한번 해보자'였다. 그렇게 일단 한번 해보자라고 덤볐던 일을 정확하게 손익분기점을 따져본 적은 없다. 다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수준을 만들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 결론 내리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 도전한 텀블벅 펀딩도 그 연장선이었다. '일단 한번 해보자.'가 시작점이었고,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일단 한번 해보자.'
이 마음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마음의 연장선에서 일을 만들고, 수습하는 과정에 가끔 밤낮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밝힌 것처럼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얼마 전, 만년필을 선물받았다. 예상하지도 못한 만년필을 선물받으면서 꼭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흘러 많은 부분에서 기억이 흩어지더라도 블로그에 남겨둔 기록 덕분에 고마움을 다시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친절하게 영문으로 넣을지, 한글로 새겨 넣을지 물어봐 준 세심함도 함께 기록해두고 싶었다. 윤슬, 처음 '한국문인 협회'에 가입하면서 동명이인이 많아 필명을 만들어야 했고, 그때 만든 필명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 햇빛이나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 내가 글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단어였다. 그 단어를 눈으로, 만년필에 새겨진 상태로 마주하는 기분이 묘했다. 윤슬이라는 이름과 함께 지내온 시간이 마치 영화필름이 감기듯 눈앞에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웃으면서 사인 연습을 해보라는 얘기에 '윤슬'이라고 적는데, 내 눈에는 '인내'로 읽혔고, '용기'라고 씌여진 것 같았다.
정교한 목차 없이 대략적으로 큰 그림만 그려놓고 지내온 시간이다. 어느 정도의 방향성만 정해놓고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라는 마음 덕분에 없던 용기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모든 경험을 자산이라고 생각하니 억울한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일단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지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윤슬'이고, '윤슬답게'가 될 것이다. '그렇게 틀린 길을 걸어온 것 같지 않아! 잘 가고 있는 것 같아! 토닥토닥!'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고,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했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