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풍경

by 윤슬작가

화요일 초등 고학년 독서수업이 있었다. 자유 도서라서 각자 읽고 온 책을 요약하고, 질문에 대해 답변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학년이 높아져서인지 아이들이 가지고 오는 책도 다양해졌다. 창작, 문학작품이 많은데, 100페이지가 있는가 하면 200페이지를 넘기는 책을 가져오는 아이도 상당하다. 사정이 이쯤 되니 줄거리를 쓰는 시간, 그러니까 개연성을 지닌 글을 완성하는데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 문장의 연결이 이상한 것에 질문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다 보니 쓴 것을 다시 지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울상이었던 아이들도 요즘에는 '그러려니..'하는 눈치이다. 오히려 조금 친숙해진 아이들이 한 수 더 떠서 말하기도 한다.


"음... 선생님이 대신 적어주면 안 돼요?"

"좀 봐주세요. 손이 아파서 쓸 수가 없어요"


간절함과 애교, 엄살이 적당히 버무려진 내용 요약(줄거리 쓰기)가 끝이 나면 개인적으로 또는 한꺼번에 질문을 내어주는데 자유 도서 일 때는 개인적으로 질문을 내어준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 질문으로 답변을 되돌려준다.


"선생님 오늘은 몇 개예요?"

"이거 마지막 질문이죠? 한 개만 하면 안 될까요?"

"한 개요? ... 윽... 역시 이 질문 나올 줄 알았어요..."

"문장 찾고 이유도 적어야 되죠?"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질문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을 찾으세요"인데, 학년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비슷한 의미를 가진 문장을 곧잘 찾아낸다. 줄거리 요약을 포함해 400자, 600자, 700자 이상 써 내려가는 모습이 기특해서 요즘은 질문을 많이 내어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세뇌교육 아닌 세뇌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얘들아?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님이 참 착하다. 그치? 질문도 하나 밖에 안 내주고~~^^"

"그렇죠... 한 개만 주면 정말 착하죠... 앞으로도 한 개만..."

"어이쿠~~"


자유 도서 일 때는 각자 가져온 책에 대한 내용 요약(줄거리 정리) 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마무리한 후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의 책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요즘은 그런 시간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책의 분량이 다양하고, 접근 방식 또한 달라서 시간차가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은 "책 돌려읽기".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친구가 가져온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지난 화요일도 사정이 비슷했다. 두 아이가 글 정리가 끝나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은 정리를 끝낸 상황이었다. 글 정리가 끝난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려읽기를 했는데, 한 권을 모두 읽은 친구도 있고, 절반만 읽다가 아쉬운 마음에 되돌려주면서 학교에서 빌려보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이쯤만 되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대한 좋은 호의적인 태도, 궁금증을 가진다는 것만으로도 성과가 아닐까?


아이들과 수업 시간에 얘기를 나누고 생각을 표현,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친구들이 가져온 책을 돌려읽는 시간을 바라볼 때면 기분이 참 좋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어떤 소리도 없이 조용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마치 숨을 머금고 있는 큰 숲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자유로운 모습으로, 저마다의 세계에 푹 빠진 풍경이 아주 잠깐이지만, 따뜻하고 든든한 느낌이었다.화요일, 운좋게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보통 때는 사진 찍는 것을 놓치기도 하고, 아이들이 한꺼번에 스마일을 하는 바람에 실패하게 되는데, 이번엔 운이 좋았다.


"찰칵!"

"아.... 선생님~~~ "

"아.... 놓쳤다"

"이번엔 성공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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