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배운 지 오래되었지만 실력은 진짜 말 그대로 초보 수준이다. 내가 골프를 배운 것은 아버지 덕분이었다. 이십 년 전,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길 거라며 아버지는 내게 골프를 배워두라고 하셨다. 그렇게 취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에 어쨌건 골프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십 년이 흘렀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나의 골프채는 잠자는 숲속의 골프채가 되어, 창고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의심을 거두지 못한 채, 그렇다고 치우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세월만 묵혔다.
작년부터 남편과 함께 골프 연습장을 다시 찾고 있다. 가끔 스크린골프장도 기웃거린다. 실력이 아주 좋아(^^) 100점을 거뜬히 넘기고 있다. 100점의 부담감이었을까, 미리 골프를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준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을 떠올린 걸까. 더 늦기 전에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꾸물꾸물 기어 나왔다. 마음이 급해졌다고 해야 하나, 뭔가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그 마음으로 실력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얼마 전 아버지와 골프장을 다녀왔다. 아버지는 연습을 거의 하지 않아서 잘되지 않았다고 하셨지만, 제일 좋은 기록을 선보이셨다. 물론 나는 100점을 거뜬히 넘기는, 기복 없는 솜씨를 자랑했다.
그린을 탓할 수도 없는,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게 된 아주 약간 우울한 날이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좋았다. 하늘이 더없이 맑았고, 마음은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행복했다. 운동을 끝내고 아버지와 헤어지면서 어디에서도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는, 근거 없는 큰소리를 쳤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 아마 담에는 엄청 나아져있을 거예요! 담에 또 같이 가요!"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