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50점만 맞자!

by 윤슬작가

유전과 환경의 연관성에 대해 많은 얘기가 있지만, 5 대 5라는 결론이 다분히 지배적이다. 1퍼센트의 재능과 99퍼센트의 노력이라는 말도 있지만,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1퍼센트가 아닌 10퍼센트, 그 이상의 재능이 힘을 발휘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던 터라 에디슨의 말만 믿기엔 나부터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그래서 어떤 기준 같은 것이 필요했다. 한계에 대한 서글픔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면의 평화로움을 회복할 수 있는 문장 하나가 절실했다. 어떤 문장이 좋을까, 고민이 깊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글쓰기 강의 시간이었다. 키워드는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란다'로 글을 쓰는 시간이었다. 마음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 짧은 글을 읽고 글쓰기를 진행하려고 할 때였다. 그날 함께 읽은 글의 핵심이 '인성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였다. 유명한 문장이고, 좋은 표현이었지만 강의에 참가한 엄마들이 불편한 마음을 호소했다.


'엄마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주는 말 같아요'

'아이가 잘못되면 모두 엄마의 책임이라는 말이잖아요'

'최선을 다했다는 마음이면 충분하잖아요'

'엄마 노릇, 무서워서 못하겠어요'


그녀들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얘기였다. 나 또한 자유롭지 못했다. 모든 결과에서 엄마인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충분하다'라는 말로 자체적으로 결론 내렸지만, 조금 더 명료한 표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과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할 선택과 그 결과로부터 덜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시간에 대한 온전한 자유로움에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고 싶다는 마음이 강의시간 내내 마음속에서 꼼지락거렸다.


골똘히 생각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아니 수업을 마치고 운전을 하며 집으로 돌아올 때였던 것 같다. 태풍이 아직 빠져나가지 않아 전체적으로 회색빛이었지만, 한쪽 구석에서 파란 하늘이 조금씩 영토를 넓히고 있을 때였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단어 몇 개가 새로운 조합을 이루며 짧지만 강렬한 문장 하나를 완성한 것은 그때였다.


"최선을 다해 50점만 맞자!"

"부끄럽지 않는 50점을 준비하자!"


아이의 인생에 엄마인 내가 미치는 영향력은 최대 50퍼센트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나머지 50퍼센트는 아이의 뜻이며, 의지의 영역이며, 아이가 만나는 다른 환경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라는 어른을 통해, 가족이라는 환경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나가겠지만, 아이는 앞으로 땅 밑으로, 그리고 하늘 높이 줄기를 뻗고 가지를 키워나갈 것이다. 그 부분은 나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100점이 아닌 50점을 목표로 아이와 시간을 쌓으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모든 일에 50퍼센트만 관여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권한을 내가 쥐고 있지 않다는 인식의 거리, 노력에 대한 결과와의 거리를 50점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를 향한 사랑이야 언제나처럼 100점에 두겠지만.


생각이 이즘에 다다랐을 때였다. 태풍이 물러났는지 하늘이 전반적으로 푸른빛이 내뿜기 시작했다. 딱히 마음이 괴로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마음이 단단해지면 작은 변덕에 조금은 덜 흔들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을 초조하게 만드는 어떤 딱지 하나가 툭, 떨어져 나간 그런 느낌이었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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