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5학년, 6학년 때였지 싶다. 그보다 더 어렸었나 싶기도 하다. "내가 본 세상을,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가능하면 학습이 아닌 재미로, 배움이 아닌 새로움으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몇몇의 아이들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학년이 높아지면 독서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별개로 책 읽기를 지속하는 일에는 쉽지 않은 선택이고, 끈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 시간을 함께 해온 아이들이 대견할 뿐이다.
현재 계획은 고등학교 1학년까지이다. 2학년부터는 각자 공부도 바빠지고, 해야 할 것도 많아져 책이 부담이 될 거라는 생각이 크다. 시간을 쪼개어 읽는다고 해도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고등학교 2학년이 되기 때문에 올해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작년부터 조바심이 난 것도 사실이다. 아직 함께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은 까닭에.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무궁무진하기에. 그 마음으로 선택한 책이 몇 권 있는데, 그중의 한 권이 바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이다. 물론 나는 과학전문가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다. 하지만 꼭 한 번은 읽게 해주고 싶었다. "코스모스를 안다"가 아니라 "코스모스를 읽었다"라는 경험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벽돌 책으로 불리는, 과학고전으로 널리 알려진 <코스모스>를 한 번은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앞으로 3주, 4주 정도 슬로 리딩으로 진행해 볼 생각이다. '하루아침에 바람이 바뀌듯 때가 되면 하루아침이다'라는 말과 함께 천천히 넘기다 보면 어느 토요일 아침에는 마지막 페이지에 닿을 거라고 생각한다.이번에는 아이들이 생각을 정리해 글쓰기를 하는 동안, 나도 함께 생각을 정리해 볼 계획이다. <코스모스>를 더 잘 기억하기를 바라는 욕심으로, 과학에 대한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우주의 신비로움에서 끝내지 않고, 코스모스를 통해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또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 속에서 인문학과 조화를 이뤄내기를 희망하면서.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